2039281019_e68WTtKS_2039281019_KriCAIvq_WGIII_AR5_Cover미국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화력발전소의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30% 감축하는 규제안을 최근 내놓았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강력한 정책의지의 결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 연설에서 “우리는 이제 경제와 미래세대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하는 딜레마에서 벗어났다. 과거엔 환경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경제를 성장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에선 신기술로 이런 과거의 틀을 무너뜨리고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생각이 다르다. 미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반발도 거세다. 대통령 행정명령권이란 형식을 갖췄기에 정책집행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벌써부터 오는 11월 중간선거의 최대이슈로 부상하고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책은 상하원 모두를 야당에 내주는 도화선이 될 지도 모른다. 실제로 탄소배출 규제안이 실행에 옮겨지면 미국 전역의 600여개 화력발전소 중 상당수가 문을 닫아야한다.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으로 전력산업 재편이 불가피하다. 현재 인디애나, 캔터키 등 상당수 주가 전력수요의 80~90%를 석탄 화력발전으로 충당한다니, 그들로선 일자리 상실과 경기 위축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단순히 지구환경 보전이란 당위론으로만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다. 선진국끼리도 산업구조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이견도 크다. 정치적으론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가장 치열하게 맞서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구를 지키자’는 거대담론에 맞서 경제우선, 성장우선을 외치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지구를 지키는 일은 의로운 사람 한둘이 나설 일이 아니고, 먼저 나선다고 축복해줄 이도 없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는 엄연한 현실이기에 기후변화와 관련해 한발짝 앞으로 내딛기가 만만치않다.

이 문제를 기업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어떻게 정해지느냐는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무척 중요한 문제다. 기후변화 대응책이 산업계가 전반적으로 반대하고, 그래서 정책도입이 지연되는게 전세계적 추세라면 우리 기업들이 특별히 고민할게 없다. 현실은 그렇지않다.세계 많은 나라들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강화하고있다.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에 각종 보조금을 주며 육성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에너지 수요의 19%를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했다는 보고서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산업계를 중심으로 ‘총론찬성, 각론반대’라는 전형적인 거부움직임에 직면해있다. “다른 나라들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시행을 미루고있는 제도를 우리가 왜 먼저 도입하느냐”는 연기론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이를 도입하면 기업은 수십조원대의 준조세 부담으로 허리가 휠 것”이란 ‘현실론’도 제기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으면 부담금을 물리고, 적으면 보조금을 주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자동차업계의 주관심사다. 저탄소차 부문에서 뒤처지는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란 주장이 강하고, 제도도입후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기대에 형편없이 미달할 것이란 분석도 등장했다. 환경문제의 중요성은 알지만 현실을 감안해 시기나 강도를 조절해달라는 얘기들이다.

그러나 업계가 간과하는 대목이 있다. 바로 소비자다. 소비자가 친환경을 원한다면 기업이 거기에 맞설 이유가 없다. 자동차 부문만 하더라도 지금 글로벌 소비자들은 에너지효율이 높은 차, 친환경차를 원한다. 산업 전반적으로 다를게 없다. 소비자는 지구환경을 더럽히는 에너지 대신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원한다. 그런 에너지로 만들어진 제품에 손을 내민다. 의식있는 소비가 대세로 자리잡으며, 그런 움직임은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거세게 다가올 것이다.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오래전부터 친환경 기술에 투자해온데 비해 우리 기업들은 대세를 거스르는 여론전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이러다 장기적 생존마저 위협받을지 모른다. ‘기후변화 억제를 통한 지구환경 보전’이란 원칙에 충실하다면 지금 환경관련 규제가 오히려 경쟁우위의 발판이 될게 확실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기업 체질에 녹아들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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