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은 연구원] 지난해 1월 서울시에 ‘사회적기업과’라는 조직이 생겼다. 그리고 8개월 후 행정 업무가 확대되면서 ‘사회적경제과’로 명칭도 탈바꿈했다. 하부조직으로는 협동조합정책팀, 사회적기업육성팀, 마을기업팀, 기반조성팀이 있다. 서울시의 마을기업, 예비사회적기업을 지정하고 있고 협동조합 설립신청도 받고 있다. 협동조합 신고접수는 현재 150여건이며 약 100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된 상태다.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정책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사회적경제과 김태희 과장을 만났다.

 서울시청 사회적경제과 | 김태희 과장
서울시청 사회적경제과 | 김태희 과장

Q. 마을기업은 기존의 사회적기업과 어떻게 다른가?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모두 정부가 지정하는 것으로 일종의 인증제로 운영된다. 요건은 다르다. 마을기업은 지역기반이 강하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기에 ‘지역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사회적기업은 광역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 꼭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마을기업과 달리 사회적기업에게는 기업가 정신이 더 강조되는 편이다. 주관부처도 다르다.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가, 마을기업은 행정안전부가 주관한다.

Q. 지난해 12월1일부터 서울시에서 협동조합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시에서 협동조합 정책을 따로 마련한 이유는?
협동조합은 사회적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 중 하나다. 그래서 제도는 만들어졌는데 생태계와 관련한 기초가 부족한 상태다. 협동조합 원리대로 스스로 성장해나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협동조합이 잘 발달한 나라에서도 정부가 기본적인 제도적, 교육적 기반은 만들어 준다. 다만 협동조합을 지원하더라도 협동조합 운영원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태계조성에 주력하고자 한다.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되 시민사회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다. 서울시도 광범위하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제도가 먼저 생겼는데 그런 관점에서 과정상의 모델은 퀘벡과 유사하다. 지난해 박원순 시장이 협동조합 선언문을 만들 때 시민사회와 함께 작업했고 올해 실시하는 사업들도 시민사회 의견을 반영해 만들고 있다. 정부가 협동조합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규제와 직접적인 지원은 지양해야 한다.

Q. 민간단체와 함께하는 사업이 있나.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나?
우리 부서는 각 팀별로 시민사회와 함께 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협의체 조직을 통해 서울시와 4개월 전부터 매주 미팅을 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나온 계획들 대부분이 시민사회와 연대해서 하는 것이다. 갑-을 관계가 아닌, 시민단체가 제시하는 요구를 우리가 받아 예산에 반영하고 사업을 공동으로 준비한다. 절차에 따라 관련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단체들이 사업을 실행한다. 선수가 룰을 만드는 것이다. 결정은 모두 정부가 하고 민간은 계약관계에 의해 실행만 하는 기존의 공무원 시각을 탈피, 현장의 이해를 반영한다. 물론 과정은 공정하게 한다.

Q.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
그렇다. 의사결정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비과정이 길어지는 대신 사업이 진행될 때 마찰은 없다. 이미 논의를 거쳤고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수용하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경제는 연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모델이다. 서로 협력하는 구조가 아니면 상당히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사회와의 협력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Q. 서울시는 사회적기업을 공공구매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제품 경쟁력이 낮다는 인식을 전제로 구매하는 것은 아닌지?
사회적기업을 사회적 약자기업으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정망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사회적기업을 한정하니 자꾸 ‘어려운 사람들만 일하는 기업’, ‘약자기업’으로 인식한다. 우리가 쓰는 돈은 세금인데 경쟁력이 없는 기업의 상품을 구매해주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사회적기업이 갖고 있는 장점을 활용해 서비스를 혁신하고 예산절감 또는 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이점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활용한다. 다만 초기에는 사회적토대가 약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보호막은 마련해 준다.

적극적으로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그 기업을 도와주려는 게 아니라 기업을 통해 시민들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지역경제가 건강하게 자리잡게 하기 위함이다. 사회적기업 또는 협동조합은 이익이 발생하면 영리기업에 비해 지역 내에 이익을 환원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 내 일자리 창출 등 지역사회에 유익하다는 것은 이미 다른 나라들에서 검증됐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공공 구매를 하는데 당위성이 있다. 만약 지속적으로 낮은 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더 이상 구입할 이유가 없다.

Q. 취약계층을 고용한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앞으로 재정적인 지원을 모든 기업들에게 한시적으로 하기 보다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계속 지원을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는 지원 대상 폭을 좁힐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일반기업의 역할도 필요하다. 기술 및 경영 지원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본 교토시 미나미구에 있는 옴론(Omron)교토태양 공장은 전직원의 80%가 지역의 중증장애인이다. 컨베이어 자체를 각 직원의 신체조건에 맞게 개조해놨더라. 옴론은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인데 공장에 기술, 경영지원을 해줘 경쟁력을 갖추게 했고 매년 흑자를 내고 있다. 그 회사의 사명은 ‘기업은 사회적 공기(공통의 그릇)이다’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들도 사회적책임을 명분으로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 재정적인 지원만 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의 제품을 우선구매를 하려한다. 앞으로는 사회적기업을 포함해 모든 기업들이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지를 판단, 그런 기업들의 제품만 공공구매할 계획이다. 정규직 비율, 사회공헌사업 등을 반영한 지표를 개발 중이다.

Q. 사회적기업 육성의 목적을 고용창출 효과에만 두는 경향이 있는데?
사회적기업의 미션에 일자리 제공이 포함돼있지만 다른 부분보다 너무 강조되다 보니 사회적기업의 ‘혁신성’이 부각되지 않고있다. 사회적기업들 중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닌 곳이 많다. 내부에 혁신성이 없다면 살아남지 못한다. 복지적 마인드만 갖고는 사회의 저변을 넓히기 어렵다. 고용창출에만 초점을 맞추는 시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시민들이 제시한 아디어 중 최종 10개를 선발했고 선발된 팀들은 2년 정도 창업을 위한 인큐베이팅을 받는다. 사회적기업들의 혁신성을 높여주어야만 사회적경제의 핵심 키워드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달성할 수 있다.

Q. 지원기간이 끝나고 사라지는 사회적기업들이 많은데 정부 주도로 운영돼 자생력을 갖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문제의식 때문에 서울시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무원들이다 보니 자칫 성과 중심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이라는 게 6개월, 1년 만해서는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히 박 시장 본인이 사회적기업가 출신이다 보니 특성을 잘 알아 장기적으로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므로 생태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또 하나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사람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 사회적기업이 지속가능해지려면 ‘기업가 정신’이 있어야한다. 소셜미션에 대한 지향이 명확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회적기업을 지정할 때도 비즈니스 모델뿐 아니라 기업가 정신이 있는지, 어떤 생각으로 사회적기업을 하려는지를 집중적으로 본다.

Q. 올해 서울시 사회적경제과에서 마련한 주요 사업들은 무엇인가?
우선 생태계 조성사업을 위해 중간 지원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만들려고 한다. 광역단위로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3월에 개소하고 기초단위에는 협의체를 두어 사회적경제 각 주체들이 모여 논의하고 사업들을 진행한다.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사업들이다.

그 외에도 인재 육성을 위해 필요한 교육사업들을 설계하고 유통시장을 늘리기 위해 대형마트나 온라인 홈쇼핑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혁신적기업들을 선발하기 위한 아이디어 경진대회가 올해도 열린다. 혁신형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기금의 규모가 커지면 시가 직접 공모사업을 하기보다는 자체적인 기금에서 운영하게 할 계획이다.

Q. 아직 ‘사회적경제’ 에 대해 생소해하는 시민들이 많다. 서울시는 사회적경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사회적 기업들에대해 광고나 홍보를 한다고 인식이 증진될 것 같지는 않다. 사회적기업 자체가 내실화하고 실력을 갖춰나가야 결국 시민들 의식이 높아지지 않을까. 오래 걸리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 같다.

Q. 사회적경제에 대한 서울시의 정책 방향과 목표가 궁금하다.
정책의 방향은 시민사회와 협력해 일관되게 나아가는 것이다. 원래 행정은 지원하고 도와주는 개념이다. 경제 주체들이 좀 더 전면에 나서서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시민사회, 사회적기업들이 정책결정 단계부터 집행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시민사회의 신뢰와 더불어 큰 호흡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추진하는 게 중요하겠다.
목표는 사회적경제가 좀 더 일상화되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보완적인 경제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대안경제로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개념으로 말이다.

1월 12일에 개장한 다누리 매장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정무역 카페 내부 모습
1월 12일에 개장한 다누리 매장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정무역 카페 내부 모습

청사 내에서도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지난 1월12일 시청 지하1, 2층에 ‘다양한 시민을 위한 다양한 표현의 공간’이라는 슬로건아래 시민청이 개관됐다. 특히 지하철 시청역 4번 출구로 연결된 지하 1층에는 ‘다누리’라는 공간에서는 사회적기업을 포함한 사회적배려기업들의 450여개 제품들이 전시 및 판매되고 있다. 맞은편 도란도란카페에서는 공정무역 커피와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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