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이도은 연구원] “코어(Korr)에서 내 삶을 바꿔버린 사람들을 만난 거죠” 박자연 대표의 차분한 목소리에 열정이 묻어났다. 보통 ‘아프리카’라 하면 배고픔에 시달려 힘없이 늘어진 아이의 슬픈 눈망울이 떠오른다. 특히 케냐의 북쪽에 자리한 코어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사막지대로 현지인들이 살기에도 매우 척박한 곳이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사랑을 느끼고 돌아온 사람이 있다. “코어에 사는 렌딜레 사람들은 너무 따뜻하다“며 미소짓는 그녀에게서 알 수 없는 뜨거움과 순수함이 느껴졌다. 인터뷰 내내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HoE(Hope is Education)?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NGO 단원으로 케냐의 코어를 방문한 박자연씨가 설립한 비영리 사단법인. 2009년 8월 프로젝트 형태로 시작해 2012년 외교통상부의 허가를 받은 이 단체는 ‘교육’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케냐 코어 지역에 실현하고 있다. 학교 건설, 아동 결연을 넘어 ‘교육의 질적 향상’에 초점을 두어 단기집중교사연수와 사범대학 등록을 위한 장학기금 마련 등에 힘쓰고 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직업적인 노하우를 나누자’는 슬로건 하에 국내의 유아, 초등, 중등 교사 그리고 디자이너, 컨설턴트 등에 이르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HoE와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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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oe.or.kr

사법고시에서 코어까지
HoE를 이끄는 박자연 대표는 7년여간 사법고시를 준비한 법학도였다. 성적에 맞춰서 법대에 들어와 고시를 준비했던 박대표는 “아무리 생각해도 법공부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각종 기업에 입사원서를 쓰기도 했다.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탐색기간이 무려 3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녀는 인도네시아 단기봉사, 기아대책 국제부 단기인턴,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NGO 단원을 거쳐 코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코어에서 ‘네이쳐’라고 불렸던 박대표는 지난 60년 동안 코어에는 많은 지원 단체들이 다녀갔지만 렌딜레 사람들의 삶에는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그러다 그녀는 사람들을 사업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한 인간으로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다. 지난 해 12월에 출간한 ‘안녕, 아나베아’에서 말했다. ‘아무런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원시적인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강력한 생명력이 어쩐지 좋았다’라고.

아나베아(Anavea)는 ‘당신에게 평화가 함께하길(Peace with You)!’이라는 뜻을 지닌 렌딜레의 인사말이다.
아나베아(Anavea)는 ‘당신에게 평화가 함께하길(Peace with You)!’이라는 뜻을 지닌 렌딜레의 인사말이다.

사실 박대표가 코어 지역에서 머무른 기간은 한 달이지만, 그동안 그녀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코어에서 일을 하면서 관심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았다. ‘교육이 없으면 어린이 개발사업도 없다. 선생님이 없으면 교육도 안 된다‘는 티림개발프로그램 디렉터 ‘린’의 말처럼 현장에서 교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HoE의 탄생
그리고 2009년 8월, 박대표는 코어로 컴백했다. 코어를 떠난 지 2년만이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혼자가 아니라 멋진 프로젝트 팀원들과 함께라는 것이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코어를 잊지 않은 그녀는 ‘내가 사랑스런 렌딜레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라는 고민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열정은 A4용지 2장의 제안서에 담겨 HoE라는 팀을 만들어 냈다. 지인들을 시작으로 3주 만에 16명이 모였다.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들과 HoE는 다르다. 학교를 짓고 우물을 파는 등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교육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HoE는 교육 개발 사업 중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 주목한다. 교실과 공책, 연필이 있어도 정작 선생님이 없다면 교육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달라지면 아이들도 그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HoE의 믿음은 느리지만 소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HoE의 사업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가장 처음 시작된 STIC(Short Term Intensive Course for school teachers, 스틱)은 교육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단기집중교사연수다. 교사 대 교사(Teacher to teacher training program)의 만남으로 교사가 가진 현장 경험을 공유하며 한국과 아프리카의 교사들이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1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ESD(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의 공식프로젝트로 인증됐다. 매년 여름 10~12명 규모의 팀을 구성해 코어를 찾고 있다.

HEART(Higher Education for AfRican Teachers, 하트)는 아프리카 교사 양성을 위한 장학 프로그램이다. 코어에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대다수이기에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방학 중 사범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현지 제도를 활용한다. 한국의 후원자 10명이 한 달에 2만원씩 후원하면, 40개월 후에는 아프리카 선생님 1명이 대학을 졸업할 수 있다. 2012년 7월 HoE가 후원한 첫 번째 대학 졸업생이 배출됐다.

국제개발협력학회의 CT4D 연구분과와 협력하여 ICT4D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지난 해 여름 학교에 태양광 발전 시설과 노트북 15대를 설치하고 돌아왔다. 교사들의 컴퓨터 활용을 통해 출석, 성적표, 교무일지 등의 업무 효율화를 목표로 하고 향후 인터넷이 설치될 경우 교수학습프로그램 컨텐츠 보급을 고려하고 있다.

또 한국의 현직 유아·초등·중등 교사들이 모여 있는 HoE 교육팀의 교사들이 주축이 돼,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ESD(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2012년 신서중학교에서 ESD 동아리를 시범적으로 운영했고 2013년에는 연합동아리로 발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 뜨러 가는 길’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안양천에서 한강까지 물을 떠서 걸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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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다양한 홍보 및 후원 행사들도 프로젝트화해 HoE 멤버들의 참여로 진행하고 있다. HoE의 사업들은 계속 발전 중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라
박자연 대표는 HoE를 하면서 힘든 순간을 만날 때 마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애썼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닌 서로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배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코어의 사람들과도 끊임없이 교감하고 있다. 그녀의 모습에서 비영리 단체의 대표가 가져야 할 자질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남다른 열정과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해가는 박대표의 노력이 지금의 HoE를 만든 것이다.

안정적이고 잘 알려진 길만 가길 원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그녀의 이야기는 매우 신선할 법하다. 저서에서 ‘그때는 어려웠지만, 한국에서 정해진 길을 벗어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지금은 그 길고 긴 방황의 시간이 오히려 감사하다’고 밝힌 대로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HoE를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조금씩, 어제와 다르게 오늘을 살다보면 긴 터널의 끝을 벗어나 달라진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에요”라는 그녀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선생님 1명을 키우면, 그 선생님이 1500명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단다. 1명의 좋은 선생님을 통해 아프리카 아이들의 삶을 달라지게 하는 HoE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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