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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균 연구원] 지난 14일 열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VS 공유가치창출(CSV)’ 대토론회는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평온한 여느 컨퍼런스나 포럼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토론참석자들이 주제발표에 대해 약간씩 다른 의견을 제기한 것도 이채로왔지만 연단에 앉은 패널이 아닌 플로어의 일반 참석자들까지 강력하게 반론을 펼치는 양상이 벌어졌다. 그만큼 이론이 많은 주제였음을 반증한다.

토론에 나선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임홍재 사무총장, 자본시장연구원 노희진 박사, EY한영회계법인 정영일 상무, CJ의 권중현 상무 등이 발언을 마친 뒤 주제발표자들과 본격적인 논쟁이 이어졌다. 주요 발언 내용이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문휘창 교수
CSR의 근저에는 착한 마음이 있다. 이게 있으면 어떤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경영경제 마인드가 달라진다. 경제학의 할아버지 아담 스미스가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이기주의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기주의가 계속 발동할 때 경제가 발전한다. ‘착하다‘의 근저에는 애국주의 같은 것들이 깔려있다. CSR을 하지 말자는게 아니다. ’CSR을 비용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맞기는 하다. CSR을 하는 기업들이 경영성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는데 내가 통계학적으로 따져보니 이익을 본 기업들은 CSV를 한 기업들이다.

CSR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이분법적인 사고다. 남을 도와주되 효율적인 개념을 집어넣으면 훨씬 더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장기적으로 CSV가 훨씬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착한 개념의 CSR과 효율성이 있는 CSV를 잘 구분하면 사회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비엔나 대학 마틴 노이라이터(Martin Neureiter) 교수
제가 혼란스러워지려한다. 왜 혼동이 왔는지 알겠다. CSR은 자선(philanthropy), 기부(charity)가 아니다. 이런 것들은 사회공헌이다. CSR은 비즈니스와 관련된 것이다. 네슬레의 코트디부아르 활동을 보자. 네슬레 때문에 아동들이 농장에 팔려가는 경우가 있다. 농부들이 네슬레에게 ‘이런 행위를 그만하라’고 요구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우리의 비즈니스모델이 사람과 사회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CSV가 CSR의 다음 단계라고 보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미 ISO 26000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CSV 같은 새로운 말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기업은 CSR을 통해 법적 허가를 넘어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끝으로 강조하자면 CSV는 정부를 위해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CSR은 정부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정부가 해보고 좋으면 민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민간 영역에 퍼져나가면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CSV는 정부를 위해 사용될 수 없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노희진 박사
결국 논쟁의 초점은 ‘CSV를 CSR의 발전된 한 부분으로 볼 것인가’다. 마틴 교수의 의견이 좀 더 범용적으로 받아들일만한 견해가 아닌가 한다. 정부가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면서 CSR을 GSR(정부의 사회적 책임)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닌가?

마틴 교수
그것은 이미 SR로 불리고 있다.

임홍재 사무총장
기업은 사회로부터 신뢰와 좋은 평판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 운영에서 이를 얻으려면 UNGC가 제시하는 가치 원칙을 따라야한다. “보편적 가치와 원칙에 기반을 둔 기업이 사회적 가치 뿐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권중현 상무
CSR을 잘해야 CSV를 잘할 수 있다. CSV를 강조하지만 그 저변에는 CSV 기반이 있어야 한다. 얼마전 ‘CSR 아시아 서미트’에 갔는데 크라머 교수가 왔다. 기업이 사회적 문제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내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관하던 기업들이 줄어들고 있다. 문제라고 인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이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기업은 더 늘고 있다. 이것을 ‘기회다’라고 생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착해서 변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의 기저에는 소비자와 투자자의 변화가 있다. 법을 제정한다고 기업이 따라가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네슬레가 초콜릿을 팔면서 영양을 이야기하고 나이키가 운동화를 팔면서 건강을 이야기하는 것은 괜한 것이 아니다. 여러분 소비하실 때 무엇을 사시는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있다. 투자할 때 돈 많이 버는 것만 보면 기업도 크게 신경 안쓴다. 기업은 물론 월스트리트도 달라지고 있다.

김영기 LG그룹 부사장
CSR과 CSV를 이야기할 때 CSR 측면에서 CSV를 보는 것과 마이클 포터 교수가 보는 경쟁전략 측면에서 보는 것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싶다. CSR 측면에서 보면 CSR과 CSV를 맞비교하는 것은 틀렸다. 마이클 포터도 그의 논문에서 사회공헌으로 규정한다. 정영일 상무가 쓴 논문에 있는 네슬레 CSR 파라미드를 보면 법규준수(compliance)와 CSV를 같이 다룬다. CSV가 법규준수와 지속가능성을 포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이클 포터 조차도 전략적 CSR을 이야기한다. CSV는 CSR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진보된 전략 개념, 진보된 접근, 진보된 방법으로 보면 맞다. CSR은 기업이 존재하는 한 계속 있다. 이걸 CSV와 맞비교하니까 혼란이 오는 것 같다.

두 번째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경쟁 전략의 최고봉인 마이클 포터의 이야기는 경쟁전략의 일환을 CSR로 대입한 것이다. 사회적 이슈도 해결하고 경제적 가치도 창출하는데 왜 안할까 하는 것이다. 이것을 같이 놓고 보면 혼란스럽다. 좀 더 많은 논문을 읽어봐야 한다. 2006년, 2011년 마이클 포터 논문을 보면 분명히 나와 있다.

문휘창 교수
전적으로 동의 한다. CSR과 CSV에 대해 자기 주장을 하기 전에 기존 문헌을 볼 필요가 있다. CSR을 하되 그냥 도와주기보다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다. 목적은 같다. 똑같은 100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마틴 교수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전략적 CSR이라고 접점을 찾고 마무리하면 어떨까 싶다. 새로운 용어가 잘못 쓰이면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오늘 깨달았다.

한국CSR평가 박주원 상무
권중현 상무에게 질문 드린다. 기업체에서 CSR팀을 CSV팀으로 바꾸기도 하고 기업들이 CSV를 많이 내세우고 있는데 CSV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 그린 워싱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어떻게 하는가? 그리고 CSV 모델이 언론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권중현 상무
기업 자신의 역량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달려든다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본다. 그리고 핵심 중 하나가 혁신이다. 기업이 하는 혁신 사업의 성공 확률은 원래 낮다. 소셜 영역에서 혁신한다는 것은 어렵다. 다른 접근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다르게 정의한다는 것은 시행착오가 있다. 과정 자체에서 폄하할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많다. CSV는 자기 프로젝트다. 의지와 열정을 갖고 밀어붙이는 것, 명확한 가치를 정의하고 리소스를 투입하는 시도 자체가 긍정적인 영향을 갖는다. 이런 시도를 독려해주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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