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현버려지는 것들에 이야기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의 박미현 대표를 만났다.

폐기물에 스토리를 입혀 컨텍스트를 만들다
터치포굿의 사업 가운데 대표적인 게 선거 현수막을 이용한 업사이클링이다. 업사이클링이란 버려지던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upgrade) 전혀 다른 제품으로 생산하는(recycling) 행위를 말한다. 박 대표는 과거 시민단체에 근무하며 매주 현수막을 만들고 폐기한 경험이 있다. 그 때부터 현수막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갖게됐다고 한다. 매번 선거가 끝나면 엄청난 양의 현수막 폐기물이 발생한다. 최근엔 각종 행사에서 이용되는 현수막도 많이 늘었다. 이런 현수막이 수명을 다하면 소각하게 된다.

“선거 현수막으로 에코백을 만들었다. 그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는 값어치있는 리미티드 에디션이 된다. 얼마전 졸업전시회를 했던 친구들은 당시 내건 현수막을 이용해 에코백을 만들어 나눠가졌다.그 가방 안에는 졸업전시회의 추억과 이야기가 담기게 되는 셈이다”

폐품을 이용해 상품을 만드는만큼 소재도 다양하다. 터치포굿은 과거 재활용을 생각하지못했던 소재들, 재활용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소재들을 중점적으로 상품화한다. 직관적이면서 사람들에 친숙한 소재인지도 중요하다.

“기존 시장에서는 ‘소재가 방수이니 방수 가방’하는 식으로 업사이클링이 이루어졌다. 의미가 좋아도 품질이나 디자인까지 신경쓰지 않아 지속가능성이 없었다. 기능뿐 아니라 자원순환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누구나 사고싶은 제품이어야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업사이클링의 대중화를 고민하다
박 대표는 ‘버리기 아까운데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면서 “버리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대안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다른 업체들에 대해 박 대표는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하려면 다양한 레벨의 업사이클링이 필요하다. 완전 업사이클링 업체부터 일부만 업사이클링하는 업체까지 다양성이 있어야한다. 다만 업사이클링을 하지 않으면서 거짓으로 마케팅에 이용만 하는 업체들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사이클링 제품의 가격이 의외로 비싸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유명한 ‘플라이탁’의 경우 가방 하나에 30만원을 쉽게 넘긴다. 박 대표는 ‘규모의 경제’를 이야기했다.

“재활용 원사는 일반 원사보다 두 배정도 비싸다. 페트병으로 만든 실로 상품을 제조할 때는 일단 공장기계를 멈추고 실 교체작업을 해야 한다.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부담이 크다. 업사이클링을 전문으로 하는 공장이나 기계가 없어 기존 표준화된 공정에 더 많은 인력과 기술을 투입해야한다. 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사람들은 기존 페트병으로 새 페트병을 만드는게 쉽다고 생각하지만 세척, 운반, 가공프로세스 표준화 등에 비용이 더 들어간다. 당연히 표준화된 원료와 제조공정을 이용하는 쪽의 비용이 저렴하다.

재활용 소재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자세도 문제다. 재활용품과 쓰레기를 함께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박 대표는 “폐품단계에서 막 다뤄진 물건은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재탄생해도 가치가 낮게 책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시형 환경교육 – 브릿지 교육
박 대표는 터치포굿을 시작하면서부터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터치포굿의 환경교육은 ‘도시형 환경교육’ 혹은 ‘브릿지 교육’으로 불린다. 자연을 찾아가 도심에 없는 것을 보고 느끼던 기존 교육과 차별화,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생태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교육용 키트(Kit)와 동영상, 교재 등을 이미 완성했고 프로그램 완성도가 높아 관공서나 기업 등에서 베껴간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우체국과 5년째 진행하고 있는 ‘도시는 왜 새가 없을까?’ 사업이 있다.

우체국 교육사업, 터치포굿 제공
우체국 교육사업, 터치포굿 제공

“서울에서는 제비가 10년째 발견되지않았다는 공식기록이 있다. 환경오염으로 제비들이 서울을 찾지않는 것이다. 우체국 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들고, 도시에서 제비를 찾듯 표면에 숨은그림찾기를 집어넣었다”

교육프로그램 제작 작품들
교육프로그램 제작 작품들

교육프로그램은 터치포굿 혼자의 힘으로 진행하기 어려워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기업과 함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다.

청소년들 대상으로는 ‘그린리더’ 환경교육을 진행하고있다. 리더십, 환경, 교육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전국 20개 환경동아리의 대표들을 한 달에 한 번씩 모아 환경 이슈를 교육한다. 이들은 각자 학교에 돌아가 친구들을 다시 가르치는 식이다. 교육받은 동아리 친구들은 지역아동센터를 방문, 환경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형, 누나들이 교육하면 아동들의 실천율도 더 높아진다고 한다.

리씽크와 사회공헌, 기업의 인식전환
제조업체들은 늘 폐기물로 곤란을 겪는다. 특히 재처리 기술이 없을 경우 그 부담은 훨씬 커진다. 이를 해결하고자 만든 팀이 그린솔루션팀 ‘리씽크’(Rethink)다.

암웨이 업사이클링 제품 아크릴 냄비받침(좌), 아모레퍼시픽 업사이클링 제품 ‘북극여우 은색’ 담요(우)
암웨이 업사이클링 제품 아크릴 냄비받침(좌),
아모레퍼시픽 업사이클링 제품 ‘북극여우 은색’ 담요(우)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핑크리본 마라톤에서 버려진 생수통을 모아 담요를 만들었다. 페트병으로 실을 만드는 기술은 이미 있었다. 재활용원사에 ‘북극여우 은색’이란 이름을 붙여 대표색으로 만들고 있다.마라톤에서 꼭 사용되는 페트병을 이용해 원사를 만들고, 다음 대회의 기념상품으로 준다. 이렇게 지속가능한 순환을 만들어간다. 앞으로 모든 마라톤에서 이런 방식이 적용되기 바란다”

암웨이와 함께 한 사업에서는 아크릴 소재를 업사이클링해 냄비받침을 만들었다. 기업이 어떤 소재를 직접 제공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주고객층을 위한 제품을 생산한다.

“기업과 함께 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이 많다. 기업들이 자문해오면 제품개발 및 사업에 대한 연구를 한다. 샘플을 제작하고 제조기술을 개발하는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자된다. 이 과정이 바로 컨설팅이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인지 ‘자문은 무상이어야 한다’거나 ‘샘플비만 주겠다’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우리의 지적재산권을 인정받기 바란다”

터치포굿은 사무실에서 많이 나오는 이면지로 포스트잇을 만들었다. 종이두께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3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 제품개발에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입할 수 없어 지체되기 일쑤다. 최근 고민중인 제품은 장애인 재활치료 기구다. 한국야쿠르트 업사이클링 공모전에서 소개된 아이디어인데, 장애인 지원제품들을 업사이클링하는 것이다.

신형 군복 보급으로 폐기처분될 구형군복의 업사이클을 진행한 경험도 있다. 육군과 계약을 맺고 구형 군복의 해체작업을 맡았다. 구형 군복이 시중에 유통되지않도록 해체 및 분해 작업 등을 통해 업사이클링을 진행한 것.

업사이클링 연구소 설립 계획
박 대표는 기업 사회공헌팀과 동등한 입장에서 파트너가 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폐기물과 제품개발 데이터 베이스를 갖고 있는 터치포굿은 앞으로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어떤 기업이 어떤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는지, 재처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과정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업사이클링 표준화시스템을 구축, 신설되는 업사이클링 업체에 적합한 소재를 나눠주는 역할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때 업사이클링 제품을 기념품으로 제공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때 현수막을 갖고와 업사이클링을 진행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다양하게 배출되는 폐기물들을 업사이클링할 것이다. 또 올림픽 기념품에 업사이클링 제품을 포함하는 방안을 조직위원회가 고민해주기 바란다. 우리가 계속 제안하고 있지만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여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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