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1980년대 서울의 모습이 남아있는 종로구 창신동에는 980여개 봉제공장이 있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동대문 상가에 의류를 납품하면서 종속적 관계가 형성됐다. 자연스레 창신동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길어지고, 소득은 낮아졌다.

‘000간’(공공공간)은 이런 창신동에서 활동한지 3년째 되는 사회적기업이다. 노후화한 창신동을 재생하기 위해 지역기반 예술프로그램과 창신동 산책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로컬 의류브랜드 ‘제로웨이스트’를 런칭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들은 왜 창신동으로 들어갔을까. ‘000간’의 홍성재,신윤예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에서 그들은 공동대표답게 늘 함께 답변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보완해주는 식으로 진행했다.

“우리는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예술가로 활동해왔습니다. 어떤 예술가로 살아가고, 예술을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를 늘 고민합니다. 미술 공간이 아닌 실제 삶과 가까운 공간에서 활동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창신동 아동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창신동을 알게 됐습니다. 처음 1년 계약 종료후 지역의 문제를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예술활동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창신동에 남게 되었습니다”

“봉제산업이 어려워지면서 봉제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돼있는 창신동에도 다양한 문제들이 생겨났습니다. 경쟁이 심해 소득은 줄어들면서도 기획상품, 복제상품을 위주로 제작하다 보니 노동시간이 길어지고, 작업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이 아이들 돌보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두 대표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 형식의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뭐든지 도서관‘도 만들었다. 문화공간에서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한다. 그들은 “지역의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구조가 바뀌어야합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공공기관이나 시민단체를 찾아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죠”라고 말한다.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000간’은 예술가적 상상력을 동원해 봉제공장의 자투리 천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았다. “창신동에서는 연간 8000톤의 자투리 천이 나옵니다. 자투리 원단이 나오지 않게 디자인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 거죠”

‘000간’은 봉제, 재단 장인들과 협력해 자투리 원단이 거의 나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셔츠, 쿠션, 브로치를 만들었다. 이 방식으로 생산되는 제품은 판매가의 50%를 제작자에게 공임으로 준다. 제작 후 남는 원단은 5% 이하다. 해외 의류브랜드의 경우 공임비가 5~10% 안팎이라고 한다.의류 폐기물을 줄이면서 동시에 창신동 주민들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몰릭’과 함께 ‘제로 웨이스트 법칙’ 스토리와 사회적 의미를 담아 라이센싱 방식 생산을 협의중이다.

그들은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사회적기업은 CSR 활동을 전개하는 일반기업과 작동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제로 웨이스트’ 방식도 보완이 필요하다. 기업과 협력하는 라이센스방식, 로얄티 방식을 고려해보겠지만 무엇보다 소비자가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이 바뀌지않는다. 사회적기업들로선 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는, 지역과 잘 연결되는 구조를 짜는게 중요하다. 기업의 CSR프로젝트를 통해 프로토타입을 실험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만들려면 정책활동도 같이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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