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창업한 지 10여년을 넘기며 제법 자리를 잡은 친구가 있다. 요즘 그 친구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겠다며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그동안 돈은 벌만큼 벌었으니 이제 사회적기업을 만들어볼 생각”이라는게 그의 말이다. 그에게 사회적기업이란 영리보다 높은, 뭔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인 모양이다.

돈 욕심이야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돈도 벌면서 사회적으로 뭔가 뜻깊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사람들이 주위에 적지않다. 창업후 겪게되는 생존경쟁의 가혹함을 잘 아는 사람들이어서 쉽지않은 선택이겠지만 그 길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창업후 안착까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야 지속가능한 기업이 된다. 자본금을 다 까먹기 전까지야 버티겠지만 이익을 내지못하면 기업으로서 존립할 수 없다. 우리가 아는 모든 기업은 생존이 먼저다. 이익이 많이 나면 주주에게 보상하고, 임직원에게 나눠주고, 재투자도 한다. 그럼 사회적기업은 어떤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이익도 내는건 결코 간단치않다. 그렇다고 세상의 풍파를 이겨내 생존을 확인하고, 그 뒤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 될까. 그러면 사회적기업과 보통의 영리기업을 가르는 칸막이 자체가 사라진다. 물론 기업 경영 자체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돈벌기에만 급급한 자본가들도 있긴 하다.

우리나라엔 현재 1000여개 사회적기업이 정부의 인증을 받아 활동중이다, 사회적기업을 도와주겠다는 공공조직도 많다. 정부 각 부처마다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겠다며 각종 제도를 만들고 기구를 설치했다. 그런데 성공신화를 찾기가 어렵다.

사회적기업이란 용어가 익숙한데 비해 우리 사회에서 정의하는 사회적기업에는 상당한 편차가 존재한다. 공공부문에서 바라보는 사회적기업은 ‘인증을 받아 혜택을 누리는’ 기업이다. 인증을 받으려면 공공부문이 정해놓은 틀에 들어맞아야하고, 거기서 벗어나면 인증은 박탈된다. 물론 혜택도 사라진다.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사회적기업은 그저 ‘좋은 일하는 기업’일 뿐이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시민들의 자선심리에 의지해 영업을 지탱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기도한다. 어느 대기업이‘인증받은’ 사회적기업을 직접 운영하고, TV CF로 활동모습을 널리 알리며 나타난 현상중 하나다.

우리는 사회적기업이 무엇인지 제대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백과사전에 나오는 정의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정부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또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혹은 지역사회 발전 및 공익을 증진하는 기업, 발생한 수익은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한 재투자하는 기업이라 말한다. 이 틀에서 주위의 기업들을 바라보자. 아무 기업이고 홈페이지가 있다면 들어가보라. 우린 돈만 벌면된다고 선언한 기업은 없다. 모두들 그럴듯한 미션과 비전을 보여준다.좀 세련된 기업은 CSR 연례보고서를 올려놓으며 자랑도 한다. 사회적기업의 정의에 어느 정도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인증’이란 요소만 빼고 본다면 기업과 사회적기업의 경계는 모호하다. 글로벌기업들 가운데 CSR 활동에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IT기업은 물론, 유니레버나 네슬레 같은 소비재업체들도 꽤 인정받는 CSR 우수기업이다. 이들에게 누가 인증을 주지는 않는다. 지구환경, 인권 등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면 주주나 임직원, 지역공동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그들을 인정한다. 표현은 사회적기업이 아닐지라도.

최근 열린 ‘CSR 국제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한 CSR인터내셔널 창립자 웨인 비서 박사는 “기업이 더 이상 단순히 성공만을 바라보는건 불가능해졌다. 우리는 많은 사회변화를 경험하며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게 되었고 이것이 우리가 안고있는 과제다”라고 말했다. 패널토의에 참여했던 LG그룹 김영기 부사장은 “아무리 이익을 많이 가져다줘도 가치와 경영이념, 법률에 나쁜 영향을 준다면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의식, 타협하지 않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게 우리가 맞이하는 현실이다.

사회적기업은 따로 있는게 아니다. 모든 기업은 사회적기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영전략을 새로 짜야한다. 남보기에 그럴듯한 포장말고, 본질을 바꾸는 노력이 시작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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