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9281019_wmJ6stkC_df[손동영소장]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아 이윤을 창출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팔기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걸 사주는 사람이 소비자니 이윤창출의 원천이랄 수 있다. 기업에게 소비자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는 가장 중요한 이슈다. 그 관계는 커뮤니케이션으로 형성된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활동도 커뮤니케이션을 핵심으로 한다. 동반성장, 윤리경영, 지구환경 보전, 사회공헌 등 CSR 활동을 표현하는 수많은 이름들을 떠올리면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해야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나 위기국면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거기서 실패는 결정적으로 존립기반을 흔들기도 한다.

최근 눈에 띄는 사례는 코오롱 그룹에서 볼 수 있다. 지난 17일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는 코오롱그룹으로선 리스크(Risk)를 뛰어넘어 크라이시스(Crisis) 단계에 해당한다. 당시 코오롱그룹의 선택은 회장의 직접 사과였다. 사고발생 몇시간만인 18일 오전 5시30분 사고현장에 내려온 이웅열 회장은 깊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문을 읽었다. 이회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원하는 피해보상을 하겠다”며 현장에서 수습작업을 진두지휘했고 사고발행 3일만에 일부 유족과 장례 및 보상에 대한 합의를 신속히 마쳤다.

당시 많은 언론은 재벌총수의 신속한 사과를 보며 기업들이 달라졌다고 했다. ‘달라졌다’는 표현에는 이전의 수많은 실패가 겹쳐있다. 1억건이 넘는 고객정보 유출로 궁지에 몰렸던 카드 3사 임원진은 지난 1월 일제히 사표를 제출했다. 그리고 그들중 실제로 회사를 실제로 떠난 사람은 몇 명일까. 대부분 “수습이 먼저”라며 자리를 지키고있는게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헬기 추락사고직후 한 전자회사는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을 주요 일간지에 게재했다. 사과문에는 ‘사람’이 보이지않았다. 사건의 구체적 상황도 없고 ‘죄송’, ‘애도’, ‘사과’라는 단어가 파편처럼 떠다녔다. 사고로 놀란 국민들은 그 회사의 소비자, 혹은 잠재적 소비자인데 사과를 제대로 받았다는 느낌을 갖기 어려웠다.

기업에게 천재지변과 인재가 뒤엉킨 사고는 늘 일어날 수 있다. 남양유업처럼 대리점 영업직원의 폭언과 밀어내기 관행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늘 해오던대로 했을 뿐인데 새삼 문제가 됐다‘고 억울해한 기업일수록 악화일로를 걸었다. 평소에 잘하던 기업도 위기국면에선 취약점을 노출한다. CSR 활동을 잘해왔다고 인정받는 기업일수록 ’믿는 도끼에 발등찍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아이스크림 회사 벤&제리(Ben & Jerry’s)가 얼마전 소비자보호단체로부터 ‘내추럴’(Natural 천연)이란 단어 사용과 관련해 소송을 당했다. ‘건강에 좋은’(healthful)이란 의미로 오해될 수 있으니 다른 표현을 사용하라는게 골자였다. 벤&제리는 함께 소송을 당한 크래프트(Kraft), 펩시(PepsiCo)보다 훨씬 가혹한 비판에 직면했다. CSR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온 유니레버의 계열사, GMO(유전자변형 농산물) 표시제를 옹호하는 대표적 친환경기업으로 평판이 높았던 탓이다. 당연히 더 높은 윤리수준과 정직성, 투명성을 기대했는데 그에 못미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위기국면에서 기업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챙겨보고, 전담조직도 호출한다. 이런게 아예 없다면 서둘러 만든다. 그러다 파도가 휩쓸고지나가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 과거의 경험은 기억너머로 사라진다. CSR을 경영의 액세서리쯤으로 여기는, 그래서 기업평판을 높이는 수단으로 삼는 상당수 기업들에서 늘상 봐온 일이다.

사실 CSR은 위기관리의 중요한 축이다. CSR을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삼는게 중요하다고 한 것처럼 위기관리국면에서 의사결정 구조는 CSR을 채택하고 실천하는 구조와 일치해야한다. 그래야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에서 일관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더구나 요즘처럼 소셜미디어가 강한 전파력을 갖는 시대엔 위기대응이 빠르고 정확해야한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핵심을 비켜갈수록 리스크는 크라이시스로 확대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것 만큼이나 CSR과 위기관리에도 많은 역량과 비용을 투입해야한다. 그게 핵심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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