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누1

김보리 연구원

방글라데시 정부는 그라민은행 국유화라는 민감한 주제를 건드렸다. 이는 마이크로그레디트, 즉 소액신용대출이 본질적으로 안고있는 문제들을 세상밖으로 드러내는 계기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에서 그라민은행을 벤치마크해 소액신용대출기관을 출범시켰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난 경험에서 보듯, 이런 금융구조가 계속 희망으로 남으려면 보이지않는 희생이 필요하다. 세계 유수의 언론이, 수많은 사회적기업이 그 희생에 눈감고 장밋빛 희망만 강조해온게 아닌가.

유누2
방글라데시 정부는 유누스 퇴임후에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그라민은행과 48개 계열사의 활동을 조사하라는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지시에 따라 정부위원회가 구성됐다. 그라민은행이 주주의 이익과는 거리가 먼 자회사를 설립해 은행 헌장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그라민은행과 연계된 기업인 54명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유누스는 “자회사들은 사회적 기업으로서 그라민은행과 무관하며 독립적 기능을 한다”며 “이건 방글라데시 정부가 그라민은행을 지배하려는 술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논란은 국유화 문제로 이어졌다. 정부위원회는 예비보고서에서 그라민은행에 대한 정부 지분을 51%로 늘릴 것을 제안하고 중앙집권형 은행 구조를 19개 독립은행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유화 논란이 불거졌다. 현행 법으로는 정부가 그라민은행 지분을 25%까지 소유할 수 있지만 현재 은행의 지분 구조는 불분명하다. 그라민은행측이 밝힌 정부 지분은 5%와 25%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170만달러를 투입해 지분율을 3%에서 25%로 늘렸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정부위원회 안 대로라면 그라민은행의 지배권은 소액대출자들 손에서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유누스는 “정부의 명백한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즈는 당시 “방글라데시 정부의 움직임은 정계 진출 계획을 밝혔던 유누스에 대한 보복인 듯 하다”고 보도했다. 또 “방글라데시 정부는 빈곤에 허덕이던 여성을 구제한 그라민은행을 국유화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도 제시하지 못했으며 그라민은행을 분해하면 소액대출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내외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그라민은행에 대한 지분을 늘릴 계획이 없으며 그라민은행의 소유권이나 경영방식을 바꿀 의도가 전혀 없다고 물러섰다. 정치보복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유누4
이와 관련해 유누스는 이미 2011년 8월 방한당시 한국의 미소금융을 언급하며 의미있는 발언을 한 일이 있다. “무보증 신용대출은 정부보다 민간주도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가 개입하면 정치적인 상황에 영향을 받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라민은행 같은 특수은행을 설립해야 한다. 그라민은행을 이용한 사람이 830만명이고 그 중 97%가 여성이다. 그들은 그라민은행의 주인이기도 하다. 정부나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있다. 또 금리를 현실화해야 지속가능하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금리는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낮은 편에 속한다. 여러 비용을 포함해 20%정도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소액대출의 금리는 20~25%가 가장 적당하다”

의견 남기기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