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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리(KOSRI) 손동영 소장] CSR은 많은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사회공헌, 자선, 기부, 재단설립 등등 많은 이름으로 CSR을 실천하고있다는 대기업들이 실제로 어떤 책임을 느끼는지 알기 어렵다. 활동은 눈부시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기업들의 진심을 잘 몰라준다고 대기업 CSR 담당자들은 아쉬워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의 한 워크샵에서 주목할 만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경제민주화는 곧 규제 강화에 불과한 것 아니냐’, ‘CSR은 우리가 잘 알아서 할테니 그냥 놔두라’는 재계의 생각이 여과없이 드러난 워크샵에서 독일의 노학자는 ‘그래, 규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맞장구쳤다. 그런데 규제가 필요없는 이유를 들어보면 우리나라에서 펼쳐지는 그 많은 CSR 활동의 현 주소가 어딘지 분명해진다. 그리고 가야할 길도 뚜렷해진다.

지난 5월28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이사장 김영호)이 주최한 2013 CSR 워크샵에서 나온 얘기들을 중심으로 우리 대기업들의 CSR을 바라보는 의미있는 시선을 소개한다.

‘박근혜 정부 시대의 CSR의 역할과 전망 – CSR은 경제민주화의 약인가, 독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워크샵에서 독일의 한스 림베르트 헴머(Hans-Rimber Hemmer) 기센대학교 퇴임교수는 ‘독일 경제민주화 과정에서 CSR의 역할과 전망’이란 주제발표를 했다.

헴머 교수의 주요 발언은 아래와 같다.
“경제민주화와 CSR은 불가분의 관계다. 독일에서 경제민주화는 사회적 시장경제와 연결돼있다. 그런 체제에서 CSR이 발전한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시장경제다. 경제적 성과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제공한다.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보상은 보충성의 원칙에 의해 결정된다”

“사회의 작은 단위에서 해결이 가능하면 거기에 맡긴다. 해결하지못하면 개인 -> 가족 -> 사회 -> 국가로 해결주체를 넓혀나간다. 독일의 경제민주화는 시장과 충돌하지않는다”

“독일에서 경제민주화에 기여한 직접적 요인으로 노사공동결정제가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횡포를 부릴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간접적 요인들은 경쟁정책, 노동시장정책, 재정정책, 사회정책 등이 있다”

“기업은 사회와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을 따라가는 집단이다. 소비자의 요구에 의해 CSR은 실현된다. 기업인에게 책임을 느끼라고 하지만 방글라데시 사건에서 보듯 소비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소비자는 더 싼 제품만 원했다. 기업인은 거기에 반응할 뿐이다”

* 지난 4월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의 사바르 공단내 9층짜리 건물 ‘라나 플라자’가 무너져내려 1130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의류공장 노동자. 세계 의류공장 건물 붕괴사고 가운데 최악이었다. 의류공장에 하청을 주고있던 글로벌 의류브랜드들은 이른바 ‘안전협약’에 가입하는 등 재발방지 노력을 벌이고 있다. 일부 업체는 생산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공급사슬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방치한 글로벌 의류업체, 유통업체들은 세계에서 CSR을 가장 잘 실천하고있다고 자랑해왔다.

“그린워싱(green과 white washing의 합성어. 기업들이 실질적 친환경경영을 소홀히 한 채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 탓이다. 소비자가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원하면 기업이 그런 경영을 할 것이다”

이날 워크샵 토론시간에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최광림 실장은 “경제민주화는 얼마나 규제가 되고, 얼마나 자발적인 기업들의 CSR 활동으로 남느냐가 중요하다. 강제력으로 이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민주화 정책은 기업이 사회의 한 주체, 기업시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를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부분은 인센티브를 통해 장려함으로써 기업이 이를 반길 수 있도록 해야한다”먀 “모든 정책과 규제는 사회의 건전성을 해지지않는 범위에서 입안되고 그것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수용하고 지킬 수 있는 당위성 타당성을 갖추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들은 뒤 내놓은 헴머 교수의 부연설명은 우리나라 재계의 인식수준에서 받아들이기 쉽지않아 보였다. 헴머 교수의 애기다.

“CSR은 기업이 해야할 몫이다. 그것은 우리들 요구로 이루어진다. 진정한 CSR은 외부의 강요가 아니라 자기 필요에 의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스스로 CSR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 결국 소비자와 시민이 요구해야한다”

“공권력에 의해 규정된, 강요된 CSR은 무의미하다. 규제와 제재로 CSR을 달성할 수는 없다. 시장 자생적 규제는 긍정적이다. 어떤 규제든 시장의 자연발생적 규제여야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CSR 활동을 소개받고 온갖 성취를 접해봐도 그 기업과 CSR이 겉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경제민주화는, CSR은 재계가 걱정하는 규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와 시민의 요구를 자양분 삼아 성장한다는 헴머 교수의 발언취지를 다시 떠올려본다. CSR을 위해 시민이, 소비자가 행동에 나서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게 우선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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