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

[문유선 기자] 2010년 세계관광기구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관광 인구가 9억명을 돌파했다. 한국 역시 2010년에 1억 명을 넘어섰다. 관광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여행지’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답고 편안한 이미지의 깨끗한 곳을 떠올리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많은 여행객들은 여행지에 한 사람당 하루 평균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주민 30명이 쓰는 전기와 400리터의 물, 3.5킬로그램의 쓰레기를 남기고 떠난다고 한다. 아름다운 그 곳에서 추억은 가지고 오고 쓰레기는 남기고 오는 것이다.

 

우리가 여행에 쓰는 돈 또한 그렇다. 우리가 여행에 쓰는 돈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 중 40만 원은 비행기에, 그 중 20만원은 여행사에, 20만원은 개인비용에 지불되고 현지에 남는 돈은 20만원. 그 중 현지 마을에 돌아가는 돈은 1만~2만 원뿐이다. 즉 관광으로 얻어지는 이익의 대부분은 G7국가(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에 속한 다국적 기업에 돌아간다. 실제로 영국 공정여행 단체인 ‘투어리즘 컨선’에 따르면 우리가 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를 여행할 때 여행에서 쓰는 돈 중 70~85%는 외국인 소유 다국적 호텔이나 관광 관련 회사들에 의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현지인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고작 1~2%에 불과하다. 즉 관광으로 경제적 이익은 발생하지만 다시 이들 다국적기업으로 빠져 나가게 되므로 결국 관광객들과 가장 많은 접촉을 하는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이득은 별로 없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는 곳이 몰디브다. 전 세계 신혼여행지 1위인 몰디브 인구의 83%가 관광업에 종사하는 관광대국이다. 하지만 이 곳은 35년간 독재국가였다. 관광객들이 지불한 돈은 대부분 관광객들의 나라로 돌아가고 남은 돈이 정권을 지속하는데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고작 남은 1만~2만원으로 말이다. 이에 반해 몰디브 인구의 43%는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고 아동의 30%는 영양실조로 고통을 받고 있다.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역주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 어업이 주 산업이었던 몰디브는 이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더 이상 어업활동을 하지 않는다. 정부는 관광개발이 몰디브 국민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약속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더 가난해졌고 숲, 바다와 땅을 잃고 생활의 터전마저 빼앗긴 이들은 호텔의 일용직 청소부 짐꾼, 웨이터가 됐다. 이는 비단 몰디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네팔은 관광수입의 70%, 태국은 관광수입의 60% 등이 외국으로 다시 유출되고 있다.

 

이러한 기존 여행 형태의 문제를 인식하고 시작된 것이 책임여행이다. 책임여행을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신의 여행행동에 책임을 지는 개념 있는 여행’이라고 정의하고 이 개념을 도입해 가장 먼저 설립된 책임여행사가 ‘리스판서블 트래블(responsible travel)’이다. 책임여행에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이용하고 현지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구입하는 등 지역사회를 살리자는 취지도 담고 있다. 여행지에서 현지의 올바른 문화를 소비하고 그 이익이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정여행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얼마나 책임을 다했는가에 대한 여행하는 사람의 일방적인 만족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여행이 그들에게도 공정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는가에 놓여 있기 때문이었다. 식민지 약탈을 통해 강대국이 된 유럽과는 달리 약소국에서 점차 성장해 지금의 경제 강국이 된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책임’이라는 단어가 주는 일방적인 방향성에 익숙치않은 현실도 책임이란 단어 대신 공정이란 단어가 쓰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도 공정여행을 실천하고 있는 여행사들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여행사로는 트래블러스맵이 있다. 2009년 1월 여행협동조합 ‘MAP’으로 시작한 이 곳은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형여행사의 패키지여행 중심으로 돌아가는 여행 산업의 폐해를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런 형태의 여행이 여행지의 지역민에게도 여행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됐다. 공정여행, 지속 가능한 여행을 통해 여행의 참다운 즐거움을 여행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문제나 빈부격차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겠다는 전망을 가지고 트래블러스맵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 여행사에서는 여행할 때에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환경을 보호하며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을 하자는 큰 원칙을 갖고, 우선 여행자들에게 개인컵이나 개인수저를 가지고 오도록 권장해 일회용품이나 쓰레기를 줄이도록 하고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도보여행을 하거나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토록 한다. 또 대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이나 리조트, 체인 레스토랑이나 한국관광객만을 상대로 하는 업소들보다는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숙소나 식당을 이용함으로써 여행 비용이 지역에 직접 전달되도록 한다.

 

그 동안 우리의 여행은 ‘나’를 위해 소비하는 여행이었다. 그러나 공정 여행은 ‘나’를 위한 여행의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내가 가있는 곳의 지역사회와 함께 ‘우리’가 되어 여행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닌 여행지와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정 여행의 첫 걸음이다. 공정여행이 꼭 공정여행사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더라도 스스로가 자신을 외딴 곳에 온 배타적인 존재로 인식 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의 시선으로 여행지를 바라보는 것이 공정여행을 하는 여행자의 마음가짐이다. 공정 여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물론 공정 여행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제시된 아래의 10가지 방법에 따라보는 건 어떨까. 이 전의 여행방법에 익숙한, 처음 공정 여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원칙 10가지를 모두 지키기보다 한 가지씩 지켜가며 ‘reponsible traveler’로서의 여행을 시작하자.

 

공정여행을 하는 방법 10가지
1.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와 식당을 이용한다.
2. 일회용품의 사용을 최소화한다.
3.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걷기 등과 같은 저탄소 교통수단을 이용한다.
4. 동물을 혹사시키는 투어에 참가하지 않는다.
5. 사진활영 시에는 꼭 허락을 받는다.
6. 지역민의 노동력을 혹사하지 않고, 적절한 임금 혹은 요금을 지불한다.
7. 대형마트보다는 시장 같은 지역산물 판매처를 이용한다.
8. 무분별하게 지역의 식물을 채취하거나 동물을 포획하지 않는다.
9. 여행지의 문화와 역사, 경제, 사회이슈에 관심을 갖는다.
10. 아동의 노동을 착취하거나 성매매투어에 참여하지 않는다.
11.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지역단체를 위해 기부한다.
12. 집에서 가까운 지역을 알려고 노력하고 여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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