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김환이 연구원] 지방 수험생들이라면 한번쯤 ‘인(In) 서울의 꿈(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일컫는 말)’을 갖고 공부에 몰두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낭만으로 가득찬 수도권 대학생활을 시작했지만 그들의 인 서울 꿈은 막상 오래 가지 못했다. 비싼 등록금, 심해지는 청년 취업난에 더해 대학생들은 비싼 주거비를 해결해야 했다. 대학생 과외 시장은 이미 과포화 된지 오래여서 카페, 편의점, 식당 등 시급 5000~6000원 아르바이트에 허덕이며 시간을 보내야했다.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더라도 1~2년 뒤 나가야 하거나 기숙사 입주 경쟁률도 만만치 않아 매 학기마다 살 곳을 걱정해야 했다. 학교 주변과 서울 시내의 비싼 월세와 전세는 꿈도 꾸지 못하고, 그들은 결국 고시원이나 오래되고 눅눅한 어두운 방으로 향했다. 지금도 그들은 손 뻗으면 닿을 정도로 움직일 공간 없는 3~5평 남짓한 쪽방에 갇혀 지내고 있다.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고 환기도 잘 안되는 ‘감옥’같은 방이지만 월 40만~45만원을 내며 빠듯하고 힘든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외로움과 소외감을 겪고 있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이 늘고있다. 옆집 이웃과 교류나 이웃공동체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 입주자들끼리 공간과 삶을 공유하고, 비슷한 관심사와 업종끼리 서로 협업하기도 하는 특별한 집이 있다. 단절되고 독립된 생활에 익숙한 현 사회에 마치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우주(WOOZOO)’라 부른다. 우주는 오래된 한옥이나 낡은 집을 리모델링해 만든 쉐어하우스(Share House) 형태로 대학생, 사회초년생, 외국인 유학생이 거주하며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거주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다 같이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우리들의 집과 공동체를 만들게 된 김정헌 우주 대표를 만났다.

우리들이 만드는 우리들의 집, 우주
우주 1~3호점은 김정헌 대표와 3명의 대학생 공동 창업자가 만들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주거 문제를 겪었던 박형수 공동 창업자는 2012년 7월쯤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 창업을 같이 했다. 평소 북유럽 공동 주택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도 대학생 주거 문제에 공감해 ‘1인가구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과 높은 주거비를 쉐어 하우스 형태로 충분히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창업에 나섰다.

대학생들의 문제를 대학생이 나서 해결한다는 특별한 점 외에도 우주는 특별한 주거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우주 3호점에 입주한 일명 ‘우주인’들과 우주 창업자들은 꾸준히 교류하며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들은 수혜자와 공급자라는 틀을 깨고 오픈하우스, 네트워킹 파티 같은 공식‧비공식 모임은 물론, 두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주인들은 같이 생활을 하면서 같이 성장해가고 있어요.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은 사회 초년생들의 멘토링을 받고 있고, 일본인 유학생은 일본어를 가르쳐주고 있어요. 그리고 디자인과 영상 분야에 있는 우주인들끼리 같이 협업해서 출품하기도 했어요. 나중에 이들이 우주에서 나가더라도 ‘WOOZOO Alumni’가 되어 커뮤니티를 방문하며 지속적으로 교류할 예정입니다. 우주는 이전까지 없었던 주거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을 지향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우주인들을 저희가 선발했는데, 주로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데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을 위주로 뽑았어요”

우주 2호: 미술가들을 위한 집
우주 2호: 미술가들을 위한 집
우주 3호: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집
우주 3호: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집

최근 한국에도 ‘공유경제’와 ‘코워킹(co-working)’ 바람이 불고 있지만, 수십년동안 ‘내 집 마련’에 애착을 갖는 한국에서 쉐어 하우스가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잡을 수 있을까?

이에 김 대표는 “일본에는 15년전부터 쉐어하우스가 생겼고, 지금은 수요자보다 공급자가 많아져 경쟁 시장이 되었어요. 한국에도 임대 개념이 들어오고 있고, 일본 시장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면 쉐어하우스 트렌드로 바뀔 거에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이 처음부터 집을 살 수 없듯 쉐어하우스가 트렌드로 자리잡는다고 봐요”라고 답했다.

우주는 핫(Hot) 이슈!?
지난 2월 우주 1호점이 탄생한 이후, 우주는 약 25회 언론에 보도됐고 얼마전 서울시 공유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우주에 입주하기 위한 대기자만 약 200여명이다. 개인과 사회의 관심을 받는 건 집 소유자와 거주자가 모두 윈(win)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낡은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오래 방치했던 집주인은 무상으로 리모델링을 받고 월세를 벌어들인다. 거주자는 두 달치 보증금(deposit)을 내고 시설에 문제가 없으면 나중에 돌려 받는다. 월세도 대학생은 35만원(유틸리티 비포함 가격), 직장인이나 외국인 유학생은 55만원(유틸리티 포함 가격)으로 일반 시장보다 가격도 낮고 새롭게 리모델링된 최적의 집에서 살 수 있다. 이런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었던 건 김 대표가 이전에 컨설팅, 금융업, 소셜 벤처에 종사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특히나 금융과 연관이 많아요. 금융에 종사했던 경험도 있고 아는 사람들이 많아 정보도 얻고 외부 자원을 연결할 수 있었어요. 컨설팅업종 경험덕분에 사업 아이템 분석이나 시장조사 등에 자신있었고, 사회적 임팩트를 키우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멋있게 돈 벌고 싶어요. 기업을 운영하다보니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 사이의 갈등을 계속 하게 되요. 컨설팅이나 금융 쪽에 있으면 개인적으로 월급을 많이 받았지만 전체 사회와 한 시대 속에 그냥 개미 같은 존재였죠. 그저 일을 열심히 하는 한 사람이었어요. 그래도 동시대 사회 문제에 비즈니스 모델로 접근, 내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사실 창업을 하는 기간은 정말 고통스럽거든요. 월급을 더 받을 수 있음에도 개인의 이익을 포기하고 소셜 벤처를 운영하는 건 공공의 목적을 위한 것이고, 비즈니스를 통해 나오는 임팩트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비용을 투자해 집을 만들어 내지만 공공의 목적과 ‘소셜’의 이름을 붙이면 회사 전체 수익성이 낮아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일반 쉐어하우스의 가격은 보통 60만원, 많게는 80만원까지 받는다. 이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최적의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건 우주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목적성이 뚜렷하다. 우주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과 각광을 받는 이유도 서울 수도권의 심각하게 높은 주거비 실태와 이웃 공동체의 중요성을 사회에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의 커뮤니티가 조금 더 차별화를 가지는 위해선 노력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보더리스 하우스(Borderless House)’라는 업체를 보자. 우주와 마찬가지로 외국인과 한국인이 같이 살면서 교류할 수 있는 쉐어하우스다. 보증금 50만원과 사무 수수료 30만원을 내며, 보증금은 나중에 돌려받는다. 월세도 우주와 큰 차이가 없다. 2인 1실의 임대료는 50만원, 관리비는 7만원으로 유틸리티 이용비 포함해 한달에 총 57만원을 낸다. 보더리스 하우스에 살고 있는 하우스 메이트끼리 특별한 행사나 같은 관심사가 있으면 모임에 가거나 만들기도 한다. 대학생들도 우주에서 유틸리티와 밥값을 제외한 가격으로 35만원을 생각하면 밥값을 포함한 일반 하숙 가격 45만~5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우주 거주비는 기업 전체 수익을 많이 낮춰야하는 희생을 감내한 수준은 아니란 얘기다. ‘기업이 연계하는 다양한 네트워킹과 풍성한 커뮤니티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일반 세입자들은 우주의 뜻을 완전히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절대적인 가격은 큰 차이가 없지만 두 쉐어하우스 업체간의 다른 점은 있다. 보더리스 업체는 지상복합주택이나 오피스텔에 투자하여 한 집당 살고 있는 8명의 개인에게 50만~70만월까지 월세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스타트업인 우주는 인테리어, 리모델링 비용 등 초기에 투자된 많은 자본에 비해 55만원 월세는 낮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쉐어하우스가 최근에 새로운 형태로 도입된데다 부동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0%에 불과한 현 시점에서,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우주가 주목을 받고있다. 우주는 ‘공동체 거주문화’ ‘사회적경제’ ‘소셜 벤처’ 등을 차별화요소로 내세우면서 특별히 커뮤니티를 강조하고 있다. 이 역시 차별화를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실제로 하숙집 주인이 개인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거나 입주자들이 굳이 특별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공동체 활동이나 모임을 통해 서로 교류를 하는 경우, 우주의 커뮤니티만이 가진 차별화한 장점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우주로 인해 쉐어하우스 업체가 늘고 몇몇 소셜벤처도 쉐어하우스 사업을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딱히 경쟁자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목적성이 같을 뿐이죠.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는 게 맞아요. 차별성을 만들어 내는 건 우리의 몫입니다. 다만 저희가 시장을 선점했기에 노하우가 많아요. 가장 큰 차별성은 사람입니다. 우주에 사는 사람과 쉐어하우스에 사는 사람은 달라요. 우주인들이 시장을 바꿔 나가야해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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