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9281019_TnMrCkwm_sustainability-volunteerism-680평소 사회공헌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많은 대기업들이 위기상황에 몰리면 의외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곤한다. 글로벌마켓을 누비는 그 위용으로 보건대 당연히 위기극복 매뉴얼을 갖췄을테고, 그게 빛을 발해야할텐데 현실은 영 딴판이다. 사회공헌이든, 기부든, 윤리경영이든 어떤 것도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되지않는다.

우이산호 유류 유출사고로 곤란해진 GS칼텍스도 예외가 아니다.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 2차 피해자는 어민’이라고 말했던 이는 자리에서 쫓겨나 이제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GS칼텍스는 사고후 11일이 지나서야 대국민 사과를 내놓을 정도로 향후 행보에 고심을 거듭했다. 사과와 함께 ‘피해주민에 대한 빠른 보상과 완벽한 방제작업 마무리’를 약속하며 어렵게 수습국면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사실 GS칼텍스는 ‘에너지로 나누는 아름다운 세상’이란 슬로건아래 ‘착한 기업‘, ’윤리적 기업‘ 이미지를 쌓느라 오랜 시간, 많은 공을 들였다. 영업을 잘해 이윤을 창출하고, 주주에게 보답하는 것 만큼이나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공헌하는데, 더욱이 그걸 널리 자랑해왔는데 이렇게 큰 사고에 휩쓸리면 모든게 덮여버린다.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기업이 사고 하나로 휘청거리는 현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활동은 유행을 탄다. 박근혜정부 출범을 앞둔 2013년초 상당수 그룹총수의 신년사에서 CSR이 경영의 화두로 급부상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협력회사와 동반자 관계‘ 정도가 눈에 띄었을 뿐 전체 기조는 변화, 혁신 등 절박한 경영환경을 돌파하려는 의지에 무게를 두었다. CSR을 외면한다기 보다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조직 전체가 그런 기류를 알아채고 맞춰나간다.

대기업들은 여전히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전담조직을 두고,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고, 임직원 자원봉사나 기부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전담조직이나 조직의 책임자들은 자기 회사내에서 경영의 본질과 동떨어진 영역에 외딴 섬처럼 고립돼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실적으로도 자신이 책임지고있는 CSR활동이 조직의 사활을 가를 절대절명의 과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CSR 활동이 경영전략과 괴리되고, 보여주기에 머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SR 담당조직, 혹은 책임자가 위기에 무기력하고, 회사의 핵심에 접근조차 못하는 건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기업이 CSR이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프로그램을 경영의 핵심전략이나 조직운영에 녹여내지못한다는 비판은 미국이나 유럽 각국에서도 흔하다. 어쩌면 잘하는 기업을 찾기가 훨씬 어렵다.

관건은 회사내 구조다. 지속가능성, CSR 프로그램의 방향과 목표를 세우고, 전략실행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이 좋은 사례로 지적된다. 이 기업은 임원들이 참여하는 ‘윤리 및 기업 지속가능성 위원회’(Ethics and Corporate Sustainability Committee), 전략 및 정책개발을 위한 ‘기업 지속가능성 협의회(’Corporate Sustainability Council), 전략실행 및 관리를 위한 ‘지속가능성 워킹그룹’(Sustainability Working Group) 등을 갖췄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지속가능성은 기업의 핵심 경영원칙에 녹아든다.

요즘은 기업내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의 역할도 주목대상이다. 딜로이트(Deloitte) 글로벌리서치에 따르면 CFO가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권한을 가진 대기업의 비율은 2011년 17%에서 2012년 26%로 껑충 뛰어올랐고, 2014년엔 6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성이 ‘소프트한 이슈’에서 벗어나 ‘가치창출 동력’(a value driver)으로 바뀌고 CFO가 그 중심에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CFO는 ‘지속가능성‘이란 렌즈로 물적 자산, 법규준수, 공급사슬, 평판리스크 등 기업의 전반적인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미국의 사례는 너무 앞서나간 느낌도 든다. 그러나 가야할 방향이다. CSR을 리스크 관리의 핵심, 가치창출의 동력으로 여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CSR로 경영전략의 근간을 세우고, 초지일관 밀고나갈 수 있도록 그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게 위기극복의 핵심전술을 만들어낸다.

<코스리(한국SR전략연구소) 손동영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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