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코스리(KOSRI) 김보리 연구원] 가난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방글라데시. 지난 1일 노동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의류공장 화재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최근 4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붕괴 사고가 또 일어났기 때문이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성인은 60%도 안되는 방글라데시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가부장적 제도가 심한 이 나라에서 여성들은 더더욱 설 곳이 없다. 이 노동여성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란 한 달에 고작 38유로(한화 5만5000원 수준)이라도 받을 수 있는 공장이다. 아무리 노동 환경이 취약하다 해도 이들은 불만을 토로할 시도조차 할 수 없다. 붕괴 전, 건물에 금이 간 사실을 알면서도 고용주들에게 노동을 강요당하며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그곳에는 인권도, 노동자의 권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면서도 뒤로는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횡포와 글로벌 경제의 공급 사슬이 만들어낸 드라마에 노동자들이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업의 CSR 보고서에는 대부분 윤리가 포함돼있다. 건물붕괴사고가 발생한 공장에 하청한 사실이 없다며 극구 부인하다 뒤늦게 인정한 베네통의 리포트에도 ‘Code of Ethics’가 기재돼있다. “본 회사는 특히 여성과 아동의 고용에 관한 국제 법규와 조약을 적용한다… 또한 본 그룹은 공급 업체가 이런 원칙을 적용하도록 권장한다. 위험 지역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공급사슬의 생산자들을 매년 관찰한다”

뉴저지에 본사를 둔 Children’s Place의 대응도 마찬가지로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지난 8개월 동안 12만 파운드의 옷을 생산했고 4월5일 2톤의 shipment가 Savannah로 수출되었음에도 “건물이 붕괴될 당시 우리의 의류는 생산되고 있지 않았다”라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이 기업이 발표한 CSR 리포트에는 노동환경에 관련해 “공급 업체는 모든 적용 법률 및 규정에 따라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 환경과 직원을 제공한다” 라고 적혀있었다.

그다만 다행인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업들 사이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지겠다며 뒤늦게 양심선언을 한 기업들도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유명 브랜드인 프리마크(Primark)와 캐나다 로블로(Loblaw)는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프리마크는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상황을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하는 등 책임을 지겠다는 최소한의 노력과 의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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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모습조차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방글라데시 노동 단체들은 이런 실태에 목소리 높여 항의한다. 1990년 이슈가 됐던 ‘나이키 논쟁’ 이후 달라진 것이 무엇일까?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왜 이런 비참한 일이 일어나야 하는 것인지, 도저히 예방할 수는 없는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너도나도 앞다퉈 CSR 리포트를 발표하는 데만 전념할 뿐 실질적으로 그 리포트에 기록된 만큼의 CSR 활동은 미미하다. 굳이 이런 사태가 벌어진 후에야 해결책과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며 움직이는 기업들이 과연 CSR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반복되는 문제들 속에서 매년 CSR 리포트만 발표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이것이 기업들이 말하는 CSR인가? CSR 리포트의 궁극적인 목적을 잃어버린 채, 빛 좋은 개살구처럼 기업을 포장하고 보여주기만을 반복할 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가제품만 고집하며 저개발국가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외면해온 소비자 또한 기업 못지않게 문제를 키워온 당사자들이다. 소비자의 책임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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