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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리(KOSRI) 윤경빈 객원 연구원]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여자가 84세, 남자가 77세로 평균 81세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 회원국 194개 중 17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지난 90년대에 비해 9살 이나 늘어났다. 보건상태 개선과 의료기술 발달이 수명을 늘리는 것에 큰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평균 수명의 증가는 예전보다 더 오랫동안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이점과 더불어 문제점도 함께 가져왔다. 과거에 비해 늘어난 노년층은 국가 차원의 복지제도 개선 필요성은 물론, 개인주의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노인 방치나 세대간 갈등 같은 문제들의 원인이기도 했다. 노령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금융권의 움직임도 퇴직 이후의 삶을 걱정하며 노후를 보다 안정적으로 누리길 원하는 중. 장년층에 맞춰졌고 연금보험 등 상품 개발과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88년부터 국민연금제도가 시작됐다. 전쟁을 거치고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내며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 상황과 더불어 노동시장 확대와 출산율 저하로 국민연금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게 시대적 배경이었다. 노령, 장애, 사망 등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 기본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소득 활동을 하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해야했다. 그럼 국민연금 가입 인구는 얼마나될까? 올해 2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2000만명이 넘는 인구가 가입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노후 걱정은 하지만 개인연금 가입 처럼 스스로 대비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과 과거에 비해 부모를 모시는 가정이 줄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정부 주도아래 국민연금 의무화를 확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국민연금도 여타 금융상품을 다루는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가입자가 매달 일정금액을 납부하여 모인 공적 기금을 다시 여러 기업에 재투자해 이윤을 남긴다. 그리고 이렇게 투자를 통해 발생한 이윤을 다시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투자를 통해 많은 수익금을 남기는 것이 당연한 논리이다. 하지만 나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투자를 하고 있다면, 과연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남은 생을 보낼 수 있을까?

국민연금이 확산탄(Cluster Bomb)을 제조하는 기업의 최대 투자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확산탄을 제조하는 기업인 ‘한화’와 ’풍산’은 국민연금으로부터 많은 투자 지원을 받고 있다.

‘확산탄’이 무엇이길래 유엔이 ‘확산탄금지협약(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을 마련한 것일까? ‘죽음의 비’라는 별명을 지닌 전쟁무기인 확산탄은 커다란 폭탄 안에 적게는 수십 개에서 수백 개에 해당하는 작은 폭탄들이 들어있다. 주로 대포로 발사하거나 공중 폭격의 방법으로 넓은 지역에 수백 개의 폭탄이 떨어뜨려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앗아간다.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들이 대부분 군사목표물의 제거에 초점을 맞추는데 반해 확산탄으로 발생하는 희생자의 98%는 민간인이라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다른 폭탄들보다 불발탄의 비율이 높아 2차, 3차 희생자를 만들어내어 희생자를 증가시킨다. 특히나 어린아이들은 불발된 확산탄을 장난감으로 착각하고 집어 드는 경우가 많아 손이나 발이 절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확산탄의 사용은 2차 세계대전부터 시작됐다. 광범위한 살상무기라는 이점이 상대편을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키지만 이 무기를 사용하면서 남겨진 잔혹함을 확인하고 현재 국제사회는 확산탄금지협약(CCM)을 맺어 그 사용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은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들어 확산탄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레바논 분쟁에서도 확산탄이 사용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팔, 다리가 절단됐다.

기업의 본질적인 목적은 이윤 추구이지만 사회적인 책임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의 노후를 보다 편안히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희생되어야 하는 것일까? 룩셈부르크, 벨기에, 아일랜드 같은 유럽 국가들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국가에서 운용하는 연금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윤리적인 부분을 고려했을 때, 비윤리적 투자를 통해 얻는 이익이 국민들의 복지에 쓰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의 윤리, 도덕적인 책임과 관련해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대리점을 상대로 밀어내기 형태의 물건 강제 구매를 요구했던 남양유업이, 그리고 비행기 승무원에게 했던 무례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포스코 계열사가 있었다.

사회를 향한 기업의 윤리적인 책임을 제대로 인식시키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우리는 아는 만큼 좋은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넓은 개념에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품을 고를 때 효능과 가격, 쓰임새를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하듯이 우리가 구매하는 유무형의 상품들을 제공하는 회사가 사회의 윤리적인 부분에 있어 올바른 기여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하고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작은 어렵지만 중요하기도 하다. 분명 존재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문제점들을 방관하지 않고 제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기업도 윤리에 가치를 둔 소비자에게 맞춰 바람직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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