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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리(KOSRI) 김주영 기자] 치열한 경쟁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불안 혹은 재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삶에 대해 좌절을 느끼곤 한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대의 힘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역사속에도 극단의 체제가 수립되거나 권력이 집중됐을 때 반작용같은 사건들이 발생했음을 자주 본다. 그래서일까. 앞만 보며 달리던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나 자신에게만 집중돼있는 시선을 조금 돌려 주변의 다른 이를 인식하고 크고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란 생각이 공감대를 넓히고있다. 여럿이 모여 사는 세상의 일원으로서 나 아닌 타인을 생각하며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는 환경을 모색하려는 작은 움직임이 자본주의의 첨병 역할을 하는 금융업계에서도 생겨나고있다. 유누스의 그라민 은행으로 대표되는 마이크로 크레딧, 금융상품 개발과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소외계층 지원을 모색하는 마이크로 파이낸스가 바로 그것이다.

그라민 은행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1976년 방글라데시의 저명한 경제학자 유누스는 다른 이의 아픔과 빈곤한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고뇌하며 그라민 은행을 탄생시킨다. 제도권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된 극빈층 사람들이 다시 살아갈 힘을 주기 위해 소액의 자금을 공급해주는 형태의 금융, 즉 마이크로 크레딧이 처음 등장한 것. 이후 반신반의 속에 성장과 굴곡을 거듭하며 마이크로 파이낸스라는 금융계 속 트렌드로 자리매김한다.

마이크로파이낸스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룩셈부르크 소재 뱀부파이낸스가 있다. 돈도 벌고 공익도 추구하는 이 사모펀드는 전세계 마이크로파이낸스업체와 각종 사회적 사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한다. 지난해 11월중순엔 미국 보스턴 소재 마이크로파이낸스 투자펀드인 액션인베스트먼트펀드를 1억500만 달러(약 1141억원)에 인수했다. 몽골의 Xac뱅크에 투자해 NGO에서 대형은행으로 성장시킨 전력이 있고, 카자흐스탄과 인도 마이크로파이낸스업체에 투자하기도 했다. 필리핀과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투자기회를 모색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사회적 펀드의 수익성을 저평가하는 시선들에 맞서 하나의 모델이 되고있다.

세계적으로 마이크로파이낸스와 관련된 인수·합병(M&A) 규모는 2012년 3억~4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 일부 마이크로파이낸스 전문 펀드는 투자수익률이 10~15%에 이르며 20%가 넘는 펀드도 있다. 그외 각국 정부나 대형 은행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 관련 분야에 정책적 혹은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5년에 마이크로파이낸스 비즈니스를 시작한 씨티그룹은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140여 개 마이크로파이낸스 관련 기관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 파이낸스 기관, 중개 기관 및 업계 네트워크 역량 강화에 8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우리나라도 ‘미소금융’이라는 친숙한 서민금융이 있고 ‘사회연대은행-사단법인 함께만드는세상’은 지난해말까지 1600여개 업체에 약 320억원을 지원할 만큼 성장했다.

이런 사례는 사회적 공익을 추구하는 펀드도 철저한 준비와 전문성이 뒷받침된다면 시장성을 띨 수 있음을 알려준다. 마이크로파이낸스와 관련, 금융기관은 과거 이익극대화만 우선시하던 태도에서 탈피, 사회적 금융을 하나의 금융분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최근 마이크로파이낸스 시장이 또다른 버블에 의해 부실화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새로운 우량 투자처로 간주되며 많은 공급자들이 몰리고, 손쉽게 여러 경로를 통해 자금을 제약없이 조달받은 사용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합쳐진다면 버블이 형성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서 사회연대은행 이종수 대표의 최근 인터뷰를 인용한다.(경향신문 1월1일자)

“내 꿈은 ‘상선약수의 금융’입니다. 물은 모든 것을 품고 밑으로 흐릅니다. 장애물이 있어도 다투지 않고 돌아 흐르면서 여러 것들이 함께 섞입니다. 그래서 결국 넓게 퍼지고 낮은 곳까지 가서 바다를 이루죠. 사회적 금융도 마찬가지입니다. 양극화로 인해 방치됐던 후생 에 자본을 물처럼 흐르게 해 건강한 사회와 경제를 만드는 일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경제회복을 더디게 하는 것은 물론 사회갈등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있는 세계적 경기침체는 이를 견뎌낼 여력이 부족한 각국의 빈곤층에게 더 큰 시련과 아픔을 주고 있으며 경제와 사회를 유지하는 중심축인 중산층 마저 빈곤층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사회통합, 지속적 발전, 건강한 국가경제 차원에서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뱅킹 무점포뱅킹 등 혁신기술을 통해 마이크로파이낸스 분야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금융기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서민들에게 적합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지방자치단체, NGO 등과 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 세계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소외계층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길 가운데 하나인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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