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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우 기자]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브라질의 국가 이미지는 축구와 삼바 그리고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라는 정도이다. 그러나 2003년, 미국의 증권 회사인 골드만 삭스 보고서에서 브라질이 브릭스의 한 국가로 지목 되면서 브라질은 세계적으로 급부상 하게 됐다. 그 후, 한국 기업들의 남미 진출의 최대 수요 시장으로서 주목을 받으며 현재에도 국내의 많은 대기업들이 현지로 진출해 있는 상황이고 향후 진출할 계획도 높다. 게다가 다가올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 리오데 자 네이루 올림픽을 연속으로 개최하는 믿기 힘든 성과를 이루어 냈다. 그동안 브라질의 대표적인 부정적 이미지인 치안 문제와 극심한 빈부 격차 등은 아직까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더 이상 브라질을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가난한 나라로 여기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여기서, 브릭스라는 용어가 탄생한 2003년에, 브라질이 또 하나의 놀라운 일을 벌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증권 시장의 역사가 깊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미처 시작하지 못한 ‘사회적 증권 거래소’ 설립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노벨 평화상을 받은 그라민 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가 사회적 기업을 위한 사회적 증권 거래소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지만, 실제로 실천으로 옮긴 사례가 바로 ‘브라질 증권거래소(Bovespa)’산하의 온라인 거래소인 ‘사회∙환경 증권거래소(BVS&A)’의 설립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때, 사회적 기업과 증권시장의 조합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있다. 하지만, 사회적 증권거래소도 일반 거래소처럼 주식을 상장시켜 자유롭게 거래하는 곳이다. 다른 점은 상장된 기업들의 성격이 비영리단체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점과, 주식을 산다는 것이 기업의 지분을 사거나 경영의 직접적 참여 혹은 현금 배당과 같은 행위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다만 자신이 투자한 사회적 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명예 주식인 ‘사회적 주식(Social Shares)’ 을 산 셈이다.

사회∙환경 증권거래소(BVS&A)는 브라질 마케팅 사업가 켈소 그레코(Celso Grecco)가 제안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해 관심이 컸던 보베스파(Bovespa)의 레이문두 마글리아누 필루(Raymundo Magliano Filho)사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탄생했다. 탄생 일화를 살펴보면, 부자가 된 그레코는 어느 날 문득 돈을 버는 게 먼저고, 세상을 구하는 것은 나중이란 생각에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돈도 벌고 세상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마케팅의 귀재답게 세상을 구하려는 사람과 돈 있는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필루 사장은 기업의 CSR 차원에서 그레코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은 사회적 투자에 대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있음을 간파했던 것이다. 사실, 비영리 단체나 사회적 기업가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하는 일이다. 반면 사회적 투자나 기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수많은 손길 가운데 어떤 손을 잡아 줄 것인가가 고민이다. 이를 주식시장의 틀로 끌어들여 ‘사회적 이윤(social profit)’이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이 BVS&A인 것이다.

BVS&A의 형태와 운영구조를 살펴보면 BVS&A는 Bovespa의 자회사로 Bovespa와 인력, 업무 등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 운영에 있어서, 우선 NGO들이 다양한 사회적 프로젝트들의 사업설명서와 모금액을 작성하고 제출을 하면 이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평가한다. 이들에 의하여 최종 선정된 프로젝트는 사회적 증권거래소의 이사회에 추천되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프로젝트는 기금을 지원 받고 해당 사회적 기업은 상장이 되는 시스템이다. 상장의 문턱이 높다는 점도 여느 시장과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철저한 예비심사를 하고 광범위한 인터뷰와 현장 실사도 이루어진다. 심사위원단이 상장 후보를 추천하면 BVS&A의 이사회가 최종 상장여부를 결정한다. BVS&A의 이사회에는 브라질 정부 대표는 물론 유니세프, 유네스코, 언론인 및 제3섹터의 대표들로 구성된다. BVS&A에 상장 됐다는 것은 곧 해당 사회적 기업이 믿고 투자(기부)할 만 한 곳임을 공인 받았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A Stock Exchange for Do-Gooders”, 2008.5.31)에 따르면 BVS&A는 지난 5년간 71개 사회적 프로젝트에 550만 달러의 자본을 조달하며 사회적 증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사회적 기업의 자금 조달이 보다 쉬워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코넥스(KONEX)’에 사회적 기업 참여를 활성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5일 코리아중앙데일리가 주최한 ‘2012 코리아 이코노믹 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고령화·저출산 시대에 부응해 각종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도 코넥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도 재활용품 판매업체 ‘아름다운 재단’이나 장애인이 생산하는 과자를 파는 ‘위캔’ 같은 회사가 있지만, 주식 시장에 상장된 사회적 기업은 없다. 김 위원장은 “우리 경제는 앞으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많은 사회적 기업이 나올 것”이라며 “이런 사회적 기업을 코넥스에 상장시키면 기업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참고 문헌)
– 유병선/경향신문 논설위원(보노보 혁명 저자) “사회적 기업을 증시로 끌어들이다
– 브라질의 ‘사회적 증권거래소’(BVS&A) – 『희망 일기』 7,8호(2008. 7. 15)
– “사회적 기업도 코넥스에 상장” 『중앙일보』 (2012. 5. 3)
* 상파울로 증권거래소(Bovespa)는 2008년 브라질 상품선물거래소(BM&F)와 통합되어 현재 브라질의 증권선물거래소 BM&F BOVESPA가 되었다

** 코넥스(KONEX· Korea New Exchange): 금융위원회가 설립 추진 중인 제3 주식시장. 자금 조달이 어려운 초기 중소·벤처기업에 자금 조달 통로를 만들어 주자는 취지. 자기자본이나 매출 등 시장 등록 요건을 코스닥 시장보다 낮췄다. 대신 개인 투자를 금지하고 기관 등 전문투자자에게만 투자를 허용한다. 금융위는 4월 중 관련 공청회를 열고 입법 절차를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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