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코스리(KOSRI) 이진호 기자] 스웨덴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인 볼보는 지난 2008년 고용직원 약 5000여 명 충 2900여 명에게 해고대상자로 통보했고 노동조합의 재교육 프로그램을 거쳐 1700여 명에게 해고를 통지했다. 하지만 6개월 가량의 해고유예기간동안 해고노동자는 일하지 않고 월급을 그대로 받으면서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경기회복이 진행되면서 2010년까지 대부분의 해고노동자가 재고용됐다.

1951년 깨지기 쉬운 유리병 대신 정사면체 종이에 우유를 담는 작은 아이디어로 출발한 포장용기 제조회사 테트라팩은 스웨덴의 대표적 기업으로 현재 175개국에 제품과 장비를 수출하고 전세계 포장용기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스톡홀름 고용청 사무소에서는 한 달에 두 번 구직자들이 각 직업 전문가를 만나 고용청에서 제공하는 직업 코칭을 받는다. 이 자리에는 첫 직장을 구하는 젊은 사람부터 수년간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그만둔 지 1년이 넘어가는 중년 여성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참석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앞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정책 모델로서 독일식 중소기업 육성책을, 복지 모델로서 스웨덴식 사회서비스 시스템을 언급하면서 복지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스웨덴식 복지 모델은 극빈층에 공공부조의 형태로 현금을 지급하기 보다는 보육ㆍ교육ㆍ사회안전 등 공공사회서비스 분야를 통해 고용을 늘려 복지와 노동의 선순환을 이루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경제위기이후 복지와 성장 문제가 모든 국가의 중대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스웨덴 역시 경제 위기로 실업자가 증가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복지정책 문제가 선거에서 중요 이슈로 자리잡았다. 최근 74년 가운데 65년을 집권했던 스웨덴의 사회민주당은 총선에서 패배했고 새로 들어선 우파 연합 정부는 스웨덴 복지 모델을 수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파 정부에서조차 기존의 스웨덴 복지 모델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조정을 하는 것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스웨덴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경제 위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서서히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스웨덴의 복지 모델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효율적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목소리는 약하다.

스웨덴은 세계 최고의 복지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또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친화적인 국가 중의 하나이며, 스웨덴의 기업은 복지 정책의 핵심이다.

스웨덴의 모든 기업은 고용된 노동자 임금의 31%에 달하는 고용주세를 내고 있다. 이 고용주세가 바로 노동자들이 내는 소득세와 함께 사회복지 재원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스웨덴의 모든 임금노동자는 월급의 30~56%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이런 무거운 세금이 개인과 기업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으나, 국민들은 지금의 월급 수준에 만족하고 스웨덴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복지와 성장이 상충한다고 보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스웨덴이 복지와 성장을 모두 이뤄낸 가장 큰 원동력은 일자리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면, 보다 많은 세금을 납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복지 시스템이 유지된다. 정부는 이러한 복지 시스템의 핵심 과제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취하면서 직업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창의력을 갖춘 숙련된 노동자를 길러낸다. 기업은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환경을 기반으로 혁신을 거듭해 성장하면서 스웨덴 경제를 지탱하는 것이다.

이러한 스웨덴의 복지 형태는 웰페어노믹스(Welfarenomics)로 정의할 수 있다. 웰페어노믹스는 사회 복지의 공생정신과 시장 경제의 경쟁원리를 융합해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복지수요 급증에 대처하고자 하는 시도다. 일자리를 최선의 복지 기반으로 설정하고 각종 경영 기법을 복지 분야에 적용함으로써 ‘경제적 복지’의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이런 방식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취하는 스웨덴의 복지와 일맥상통한다.

웰페어노믹스는 일자리를 통한 복지의 실천과 경제적 복지를 통한 복지국가 형태의 추구 외에도 정부의 국가전략수립 기능을 강화하고 공생발전의 ‘복지적 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함께 성장하는 자본주의’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 스웨덴 정부는 기업의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수준을 유지하고 테트라팩과 같은 기업이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웰페어노믹스의 기준 아래에서 기업은 자선활동과 같은 사회적 책임의 이행을 강요받지 않는다. 대신 기업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만나는 영역에서 사업활동을 전개하는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 경영을 추구하도록 요구받는다. 기업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사회적 필요에 부합하는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도 사회발전의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일 뿐 아니라 공유가치창출을 통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함으로써 기업과 사회의 이윤을 가져오는 사업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또 단순한 이윤의 분배를 넘어서 이윤의 확대와 분배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유가치창출은 새로운 형식의 사회적 책임 이행 방식이 되고 있다.

정부에 의한 광범위한 복지 혜택과 기업의 혁신을 통한 가치창출이 일자리를 연결고리로 훌륭하게 연계되면서 스웨덴은 꾸준히 복지와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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