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코스리(KOSRI) 금종한 기자]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urope Center for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의 소장 프레드릭 에릭슨(Fredrik Erixon)은 아프리카 원조와 성장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1970년에서 2000년까지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대외원조액과 아프리카의 1인당 GDP 성장률은 반비례한다. 발전을 위한 원조로 시작했지만 원조액을 늘려도 발전 속도는 개선되지 않았고, 기존의 원조는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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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원조(Dead aid)’의 저자인 잠비아 출신 여성 경제학자 담비사 도요(Dambisa Moyo)는 모국 잠비아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기존의 원조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전개한다.

할리우드 영화배우가 말라리아 유행 지역에 100만 달러를 모아 10만 개의 모기장을 보내자며 유럽과 미국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각국 정부를 고무했다고 하자. 이후 외국제 모기장이 현지에 배포되는 ‘선행’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결과 시장에는 외국제 모기장이 넘쳐나고, 현지에서 모기장을 만드는 사람은 결국 일자리를 잃는다. 현지 회사의 직원 10명은 150명이 넘는 가족을 더 이상 부양할 수 없다. 그들은 이제 기부에만 의존한다. 그리고 5년 정도 지나면 외국제 모기장은 파손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매우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나 원조가 이러한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잠비아의 사례를 언급하며 원조는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몇 년간 윌리엄 이스털리나 담비사 모요처럼 원조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들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원조의 효과와 접근법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비판 속에서 기부자와 당사자를 직접 연결하는 코페르닉(Kopernic)의 접근법은 기존의 원조에서 드러난 문제를 극복하는 좋은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코페르닉은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에너지, 정보통신, 물 및 보건 분야의 적정기술 제품을 발굴, 그 적정기술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후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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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에 비해 적정기술은 선진국에서 보급되는 기술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된다. 게다가 각 개발도상국의 독특한 환경에 적용 가능하도록 설계한다. 코페르닉은 이러한 적정기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급한다. 기존 개발원조의 대부분은 가장 말단에 위치한 사람들, 즉 문제에 맞닥뜨린 당사자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코페르닉은 세 가지 모델을 제안한다.

첫째. 비용대비 효과가 높은 적정기술을 선택해 최빈국의 극빈층이 사용하도록 하는 것.
둘째. 중간 매개자를 배제하고 인터넷을 통해 현지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NGO와 기부자를 연결하는 것.
셋째. 프로젝트에 따라 적절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수익자는 그만큼의 부담을 담당하도록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

코페르닉은 인터넷 중심의 사업 운영으로 기존의 자선사업 구조를 바꾸었고, 기부의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이는 원조 수혜 당사자의 의식, 원조와 경제 활동의 상승효과를 가져오면서 기존의 원조에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코페르닉 활동의 기점은 최빈국의 풀뿌리 NGO다.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실행하는 것도 풀뿌리 NGO다. 일반적으로 기부자의 의도에 맞춰 자선사업이 편성되는 것과는 달리, 코페르닉은 기부받은 NGO 등 현지 당사자의 제안서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무상 원조는 오히려 경제 발전을 저해하기도 한다. 코페르닉은 기부나 원조의 암묵적 전제조건인 시스템을 바꾸었다. 코페르닉은 ‘기부’라는 형태를 취하지만 수익자의 무임승차를 막는다. 대출금이나 보조금 등과 결합하여 편익에 따른 적절한 부담을 요구하고, 중간 관계자인 현지 NGO에게는 기부가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효율적인 사업 구상을 요구한다.

코페르닉은 적정기술을 보급하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빈곤층의 삶과 기존 원조의 접근법을 변화시키고 있다. 코페르닉의 새로운 사업 모델은 양자 간 원조에서 구속성 원조 비율이 높은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최근 한국에서도 굿네이버스가 개발한 몽골의 게르 난방을 도와주는 단열기, G-Saver가 코페르닉에 등록되었다. 한국에서는 코페르닉에 처음으로 등재되는 적정기술 제품이다. 앞으로 국제개발 NGO를 포함한 한국의 ODA 기관들도 코페르닉과 같이 적정기술과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통해 빈곤층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활동을 펼쳐가길 기대해본다.

출처 : 혁신의 탄생. 가토 데쓰오 지음. 곽지현 옮김. 에이지 21
코페르닉 홈페이지. http://kopernik.info/
코페르닉 한국지부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kopernik?Redirect=Log&logNo=40173641737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3-03-19 15:08:44 KOSRI칼럼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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