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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에너지와 같은 친환경 사업은 예전부터 줄곧 투자자들에게 수익성이 좋지 않고 리스크가 큰 사업으로 여겨져 왔다. 친환경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대개 도산하거나 정부 지원을 받아서 겨우 근근이 현상 유지를 해오는 등 경영 여건이 좋지 못했다.

반전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쏟으면서 시작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그해 10월 일본 각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 위해 SB에너지를 출범했다. 버핏은 2014년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150억 달러(160조 원)를 누적 투자했다고 미국 라스베이거스 에디슨상 시상식에서 공개했다.

한국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 마자 녹색 금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녹색 금융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이렇게 강한 의지를 보이자 2009년 전북은행, KEB하나은행, 부산은행 등 은행들이 녹색 금융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도 동참하면서 그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신한은행이 2011년 출시한 신 녹색기업 대출 상품은 2012년 상반기까지 1조 9,000억 원의 여신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2012년 KB국민은행은 에너지 절감 설비 설치를 위해 대출을 해주고 절감액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독특한 상품인 ‘KB Green ESCO’를 출시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2009년 녹색금융협의회를 발족하고 2010년에는 녹색금융 종합포털을 만들었다. 결정적으로 2012년 10월 인천시 송도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가 결정되면서 국가적으로 친환경 산업과 금융에 박차를 가하는 듯한 그림이 그려졌다. 국회도 발맞춰 2013년 10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그게 끝이었다. 2014년 이러한 움직임은 모두 사라졌다. 새로운 녹색 금융 상품은 지금 그 자취는 온데간데없다. 반짝 유행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이와 비교되는 사례가 있다. 바로 트리오도스 은행이다. 1980년 출범한 이 은행은 현재까지 지속가능한 농업, 환경 분야에 투자를 해오고 있다. 이 은행은 자산 규모는 6조 원으로 비교적 작지만, 꾸준함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낸 성과를 인정받아 2009년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즈와 국제금융공사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은행으로 선정됐다.

트리오도스 은행은 친환경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1990년 트리오도스 그린 펀드를 만들었다. 이 펀드를 통해 네덜란드 정부가 친환경이라고 승인한 모든 사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유기농 농업과 재생 에너지,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에까지 투자했다. 트리오도스 은행이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약 50억 유로(약 7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투자했다. 이러한 지속성에 힘입어 현재 트리오도스 은행은 네덜란드,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5개국에 걸쳐 총 340여 개 신재생 에너지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트리오도스 은행은 국내 메이저 은행에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작으나 세계의 모범적인 녹색 은행으로 친환경 사업의 중장기적인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2014년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대안 에너지’는 이제 본류가 됐다. 유기농은 중요한 산업이 됐다. 윤리적 은행은 최종 기착지가 될 것이다.” 제임스 바카로(James Vaccaro) 트리오도스 은행  ‘시장과 기업발전 부문’ 최고책임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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