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옥시에 투자한 국민연금, 이제는 사회책임투자 시스템 마련해야

국민연금공단-사회책임경영보고서
삽화 : 국민연금공단 2012 사회책임경영보고서

 

국민연금이 가습기 살균제 직간접 가해기업인 옥시 등에 1조432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시에 가해자로 지목된 기업들에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거나 소홀히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경실련 등 4개 단체가 지난 14일 오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강남 사옥에서 강면욱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과의 면담을 통해 밝힌 사실이다.

기금운용본부는 5월 20일 최초 가해 기업들에 유사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도록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면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에 따르면 면담은 현재까지는 이사회 등 책임 있는 선이 아닌 IR팀과 같은 실무선에서 이뤄진 걸로 밝혀졌다. 또, 기금운용본부는 면담 과정에서 기업관여 공문을 보냈다는 가해 기업 명단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공개를 거부했다. 기업과 연관된 주주권 행사는 통상적으로 비공개가 관례라는 이유다.

이날 면담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경실련 등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이 공적연기금 투자자로서의 가해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유사 사건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주주제안 상정, 주주총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직간접 책임자와 연루자에 대한 임원 연임과 선임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요구했다. 또,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책임투자 강화를 위해 사회책임투자 정책과 로드맵 수립을 요구하고 국민연기금운용위원회 내에 자문기구로 독립적인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설립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에 기금운용본부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는 주주가치 제고와 훼손 차원에서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될 일이라며 답변을 회피했으며 사회책임투자 강화 사항에 대해서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라고 답변했다. 상시적인 기업관여 및 이를 위한 기준 마련에 대해서는 “경우가 매우 다양하므로 기준 마련이 쉽지 않다”고 응답했다.

2011년 당시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투자할 때 기업의 지속성장과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두는 것은 맞는 이야기고 기업활동을 통한 외부효과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파급효과를 가지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실제 국민연금공단은 2011년 도박, 무기 같은 이른바 죄악산업에 대한 투자 기업을 공개하고 투자 규모를 축소했다. 또, 동년 1월 ESG 투자팀을 발족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일명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전략을 보여준 것이다.

국제적으로 국민연금과 같은 큰 덩치의 기금들이 재무적, 전략적 투자 중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느냐가 점차 중요한 문제가 되면서 비재무적 요소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둘을 통합시키기 위해 비재무적 요소들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을 연구를 통해 검증해 내고 있으며 연구 결과가 반영된 데이터를 활용한 지수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비재무적 데이터를 검토하는 비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사회책임투자를 위한 주주권 행사 등에 대해 우려하는 눈치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와 국회의 감독을 받고 있어 정치적인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반대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는 정부가 기업을 국유화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사기업을 정치권력 아래 두겠다는 시도”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한편,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서 단순히 투자 수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으니 공공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단순히 사회책임투자를 위해 주주권을 강화하자는 논리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의 원칙을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때도 마찬가지고 이번 옥시 사건도 마찬가지다. 주주권 행사와 관련된 일체의 내부 기준과 논의 결과를 비공개로 하고 있다. 2014년 12월 국회는 국민연금기금을 관리, 운용하는 경우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 대상과 관련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평가지표와 시스템을 마련하고 공개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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