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최저임금 올려서 뭐하나요?, 있는 법도 못 지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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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말이 많다. 노동계는 내수를 부양하고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이에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축소 현상을 불러올 것이므로 동결하자고 맞서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 참여한 경영계 관계자가 103만 원이면 미혼 단신 노동자 생활비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더 암담하다.

지난해 2월 구인·구직 전문 사이트 ‘알바몬’이 아르바이트생의 권리 찾기를 주제로 총 3가지 광고를 선보였다. 걸그룹 걸스데이 혜리를 모델로 내세운 알바몬의 광고는 “올해 최저 시급 5,580원(2015년), 야간 수당은 시급의 1.5배, 고용주의 인격모독을 마냥 참고만 있지 말라”라는 상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다. 이 광고를 본 일부 자영업자들은 분개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분노와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 광고라며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단체도 나왔다.

최저임금을 지키자는 캠페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은 차갑다. 실제 한국 최저임금 미달자 비율은 외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통계청은 조사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근로감독의 행정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으며 공공행정 부문에서 조차 최저임금 미달자가 나오는 것은 정부가 선량한 사업자로서 민간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까지 망각한 것”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이러한 자아비판에도 교육부는 지난 3일 현장실습에 나간 대학생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사유가 타당하면 가능하다는 방침을 정했다.

최저임금법 위반 건수는 2015년 전년대비 32.4% 증가했다.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14년과 2015년 사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위반하더라도 업주를 사법 처리 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실제 청년유니온의 노동상담 제보에 따르면 근로감독관이 진정 처리를 석연찮은 이유로 미루거나 집무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사업주의 편에 서서 사건을 편협하게 처리하는 일이 만연하다.

근로감독관의 숫자도 부족하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180여 개 회원국 중 근로감독관 1인당 배정 노동자는 15,272명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그마저도 비선호 보직으로 충원율이 정원의 80%대에 머물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간한 생계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저임금 노동자의 가계부에서 눈에 띄게 부족한 항목은 교육, 문화, 의료, 그리고 저축이다. 최저임금법 위반은 노동자의 현재 삶뿐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까지 빼앗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 심의 기관으로 최저임금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최저임금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한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와 함께 최저임금 제도를 실효성 있게 지킬 수 있는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참고 – 최저임금 준수·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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