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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들은 ‘인문학의 시대’에 산다. 수많은 기업 CEO들이 인문학을 기업 내부 교육에 적용하고 있다. 인문학 CEO 양성과정은 이제 흔한 것이 되었으며, 기업 임직원들은 기업 내·외부에서 인문학 교육을 받는다. 유명 기업교육 전문업체 사이트에서도 인문학 교육과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17년 동안 디즈니의 CEO를 맡았던 마이클 아이스너는 인문학도 출신이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일이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점을 들어 문학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문학을 전공한 탓인지 그는 창의력과 경영가의 마인드를 동시에 가진 보기 드문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 철학을 전공한 휴렛팩커드의 전 CEO 칼리 피오리나 역시 철학으로부터 수많은 정보를 하나의 핵심으로 통합하는 법을 배웠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을 배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알리바바, 홀푸드, 유튜브 등 거대기업의 수장들이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홍수가 터진 듯 넘쳐나는 근래의 인문학 열풍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왜 인문학은 주목받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은 인문학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에 있다. 인문학은 삶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가능하게 한다.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현상들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때문에 인문학은 기존이 물질만능주의 사회와 인스턴트식 학문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에게 일종의 탈출구가 된다. 동시에 기업 CEO들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문학이 기업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쓰일 뿐이라면 어떨까? 국제신문 편집부 장재건 부국장은 칼럼을 통해, CEO에게 있어 인문학이 ‘오로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양념’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또한 문화비평가 최태섭은 저서 『우파의 불만』에서, 기업 CEO가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행태를 ‘다른 계급과의 구별 짓기’라고 비판한다. 그는 CEO가 스스로를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탁월함과 비범함을 갖춘 존재로 인식되길 원하는 ‘귀족적 열망’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인문학을 가까이 하고 있다는 쓴 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기업 CEO들이 인문학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의 현실은 조금 다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2011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4년제 졸업자 중 인문계열의 정규직 취업률은 30.2%로, 사회계열(40.5%), 공학계열(52.9%)에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기업교육 업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내 인문학 교육의 대상이 팀장급 이상 혹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는 결국 기업 내에서 피라미드 윗 쪽에 자리 잡은 집단에게만 인문학 향유의 문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결국 국내 CEO들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 인문학도 채용 확대만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고, 어떤 가치를 이루고 싶은가? 이를 어떻게 경영에 담아 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이 시작될 때 건강한 기업문화와 사회공헌, CSR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 CEO의 인문학에 대한 열망이 상아탑이 될지, 혁신의 도움닫기가 될 지는 각자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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