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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ESG 정보공시 의무화 반대 의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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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 관련 비영리 기관 협의체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는 지난 2월 주요 정당에 사회적 책임 법제화와 관련 정책 질의서를 보내고 그 결과를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발표했다. 결과는 정당마다 극명하게 갈렸다. 그중 새누리당의 일관된 반대 의견이 눈에 띄었다. 새누리당은 사회적 책임 기본법, 기업의 ESG 정보공시 의무화법은 물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의무화 역시 반대했다. 심지어 금융위원회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내놨다.

이런 일관된 반대에 앞서 우려스러운 것은 정보 공개 자체에 대한 반대다. 새누리당은 기업의 ESG 정보공시 의무화가 성장단계의 기업에게 비용 및 업무 부담이 증대될 수 있어서 강제 적용 시 CSR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발생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은 2014년 기업에게 21조 4천억 달러를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투자했다. 투자 방식도 과거 결격 사유가 있는 기업을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으로 투자했다면 최근엔 ESG 통합 데이터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단순히 리스크 관리만 해서는 투자 적합 대상으로 분류될 수 없다. 잠재적인 투자자에게 충분한 비재무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제공되는 비재무적 정보도 풍부해야 한다. 실제로 기관투자자들의 블룸버그 단말기를 통해서 조회하는 ESG 데이터는 감사위원회의 사외이사비율, 감사위원회 회의 참석률, 지속가능성 위원회 유무, 물 사용량, 탄소배출량 등 매우 구체적이다. 조회량도 2009년 2,415명에서 2014년 17,010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20년 동안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와 공시에 대한 국제 기준을 개발해온 국제기구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기후변화협약(COP21),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서 제시된 목표들을 통합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데이터 제공 주기도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로 가공해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의 물 사용 데이터를 수자원 관련 비영리단체가 조회할 수 있도록 가공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심지어 기업의 ESG 데이터를 재가공해서 판매하는 Insight 360과 같은 서비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비용과 업무 부담 증대를 이유로 ESG 데이터 공개를 반대한다면 옳은 일일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반 총장은 2009년 기업의 환경적·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거래소(SSE)를 만들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 SSE 이니셔티브에 가입했다.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런던거래소 등 27개 국제적인 거래소들이 회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공개 범위는 다르지만, 당내 이견도 있었다. CSR정책연구포럼의 홍일표 대표의원은 2013년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이 사업보고서 내에 근로조건, 노사관계, 근로자의 일 가정 양립, 공정거래 등 내용을 기재하고 첨부하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및 호주는 이미 2000년 초반부터 기업의 비재무적 정보에 대한 공시를 법제화 해왔다. 법제화가 능사는 아니라지만 새누리당이 이런 식으로 기업의 자율성에 모든 것을 맡기다가는 비용 부담이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