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친구 수는 평균 1.4명으로 그 중 장애인 친구는 1.0명, 비장애인 친구는 0.4명에 불과하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을 학교에 다니지만 발달장애인의 친구는 채 2명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지점을 파고들어 발달장애인에게 친구를 선물해주는 소셜벤처가 있다. 바로 동구밭이다.

동구밭의 프로그램은 이렇다. 발달장애인과 또래비장애인이 1:1 짝꿍이 되어 6개월 동안 매주 1회 정기적으로 농사를 짓는다. 농사는 장애인이 거주하는 각 지역구의 텃밭에서 진행된다. 텃밭을 운영하는 구성원은 기본적으로 장애인 5명, 비장애인 5명 그리고 지기장 1명이며, 텃밭의 크기에 따라서 최대 20명까지 가능하다. 동구밭 전체 프로그램에서 도시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50~60% 정도로 나머지는 관심사에 따라 음악이나 영화 등의 주제를 정해 테마액티비티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음악이 주제라고 하면 텃밭에서 콘서트를 여는 식이다.

동구밭에서 주목할 점은 도시농업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사회성 회복을 꿈꾼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이 사회에 필요한 구성원이 되고, 사회도 이들을 필요로 하는 세상을 그리는 동구밭. 그들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지난 화요일, 동구밭 노순호 대표를 만났다.

노순호 대표. 사진=동구밭 제공
노순호 대표. 사진=동구밭 제공

“농사 지을 때 남녀노소 모두 할 일이 있어요. 장애인도 마찬가지죠”
노 대표를 비롯한 동구밭 창업자들이 처음부터 발달장애인과 관련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도시농업을 통해 공동체 회복을 꿈꾸는 청년들이었다. 농사에서는 남녀노소 모두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도시농업을 통해 공동체의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공동체에 쉽게 섞이지 못하는 대상을 고민했고, 발달장애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노 대표는 발달장애인을 공동체로 끌어들이기 위해 발달장애인의 주변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발달장애인의 ‘직업’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노 대표의 말이다. “이야기를 할수록 과연 발달장애인들도 정말 ‘직업’을 원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장애인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바리스타교육, 인쇄교육 등을 받아 그들을 고용하는 카페나 인쇄소에 취직한다. 그러나 이들은 금방 일을 그만둔다. 그 이유가 과연 ‘그들이 아메리카노를 만들지 못해서일까? 아니다. 그들은 커피를 만들지 못해서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주는 ‘낯설음’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 대표는 동구밭 활동을 하면서 발달장애인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비장애인과의 사회성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구밭 활동을 할 때 모든 사람은 ‘친구’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한 장애인 친구는 일년이 지나도록 노 대표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 친구가 26년간 만난 비장애인은 ‘선생님’뿐이었기 때문이다.

동구밭 활동을 시작할 때 이들이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발달장애인의 부모님’이었다. 그들은 사회복지가 아닌 법학을 전공한 노 대표를 믿지 못했다. 더욱이  ‘혹여 스펙을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보였다. 노 대표는 이런 우려를 덜기위해 기업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기업은 텃밭을 제공하기도 하고, 프로보노 형식으로 농사에 필요한 가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노 대표는 발달장애인의 참여를 용이하게 하기위해 지역장애인부모회와 연계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활동하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활동할 비장애인을 선발하는 과정도 꼼꼼하게 진행한다. 1차 서류 합격자는 모두 1:1 면접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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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밭 참여자. 사진=동구밭 제공

동구밭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노 대표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지역장애인부모회에 속해있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모집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장애인의 80%가 지역장애인부모회에 속해있지 않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위해 특수학교, 지역 복지관에 연락을 해봤지만, 동구밭 활동 특성상 토요일에 진행되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꺼려하는 실정이다. 실무자들은 동구밭 활동을 망설이지만, 실제로 참여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의 재참여율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한 발달장애인은 동구밭 활동 전날이면 비가 오지 않게 기도를 한다고 한다. 우리가 초등학생 때 소풍을 기다리는 그 마음으로 동구밭 활동을 기다리는 것이다.

동구밭에 참여한 발달장애인의 친한 친구수는 1.4명에서 3.9명으로 늘었고 사교 관련 활동도 0.6%에서 15%로 증가했다. 그러나 모든 소셜벤처의 고민이듯, 동구밭도 성과측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 대표의 말이다. “사실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다. 발달장애인의 친구수가 늘고, 재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런 결과를 수치로 환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동구밭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국에 있는 발달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동구밭 프로그램에 참여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동구밭 텃밭이 하나씩 자리 잡도록 노력하고 있다. 노 대표는 “현재 일산이나 분당 지역에서도 꾸준한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서 수도권 확장 역시 고려 중이다. 동구밭이 전국을 직접 관리하지 않더라도 지방 지역에서 동구밭의 미션에 공유하는 팀이 있다면 프로그램 자체를 전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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