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필수 정도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됐다.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거나 외면했던 기업이 겪을 수 있는 위기의 수준과 그 파괴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폭스바겐 사건은 여타의 자동차 스캔들에 비해 특히 의미심장하다. 이 사건이 폭스바겐만이 아니라 자동차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BMW, 푸조시트로엥,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그 경쟁력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는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가 줄줄이 폭락하고 있다. 마쓰다 자동차를 비롯한 도요타, 닛산, 혼다도 마찬가지다. 아예 세계적으로 디젤차량에 대한 친환경 이미지 자체가 주저 앉았다고 봐야 할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만이 아니다. 디젤엔진의 재료로 사용되는 백금 가격이 폭락하는 등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나아가 백금의 주요 공급국가의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국제적으로 각국은 너나 할 것 없이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강화할 것이다. 이 경우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 자체가 뒤바뀌게 된다.

여기에서 되짚어볼 문제가 있다. 이 모든 사태를 불러온 폭스바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영역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는 사실이다. 단적으로 폭스바겐은 DJSI(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에서도 상위 그룹을 늘 유지해왔다. 심지어 DJSI World에 편입된 기업 중 24개 산업별 최고기업에게 주어지는 ‘인더스트리 그룹리더(자동차분야)’의 영예도 안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CSR에서 강조되고 있는 공급망 관리에도 철저하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에 납품하고 싶은 공급업체들은 EU가 운영하는 EMAS(Eco Management and Audit Scheme)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CSR를 잘한다는 폭스바겐에서 어떻게 이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이 사건의 핵심은 의외로 간단하다. 실내 실험실에서 진행되는 배출가스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다 발각된 것이다. 실험실 테스트에서 핸들조작이 별로 없다는 점에 착안해, 핸들조작이 없을 때만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설치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폭스바겐에서 이런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폭스바겐의 구성원 중 일부는 알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더 나아가 이런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자는 의사결정을 누군가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CSR의 요소 중 사외적으로 환경, 소비자 이슈를 둘러싼 의사결정에 계획적인 왜곡이 있었고, 사내의 윤리경영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외신은 포르쉐 가문이 이사회의 의사결정과정을 독점하고 있는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CSR의 주요 이슈인 거버넌스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럴싸한 보고서를 내고 대외 홍보에만 치중했을 뿐, 폭스바겐은 제대로 된 CSR를 해본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전 세계의 인증기관들과 보고서 발간 조직들이 거대 기업에 놀아났거나 들러리였다는 뜻이다.

세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첫째, CSR의 생태계가 더 적극적이고 투명하며 윤리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비영리조직, 정부기관이 모두 기업의 이해관계자(Stakeholder)로 CSR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이 CSR를 제대로 인식하고 기업을 감시, 견제해야 기업 내의 CSR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기업 내의 CSR 시스템이 조금 더 촘촘해지고 강인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내에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를 두든, CEO가 지속가능경영과 CSR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가지든, 지금처럼 진행되는 보여주기식 CSR와는 단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장을 위한 성장 패러다임’에 매스를 들이대야 한다. 세상을 속이더라도, 허용기준치보다 10배에서 많게는 40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면서라도 폭스바겐이 해내려고 했던 것은 미국시장에서 디젤차를 많이 팔겠다는 것이었다. 끔찍한 일이다. 사람을 위해 차가 있듯이, 인류의 복리를 위해 기업과 성장이 필요하다. 몇몇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상을 속이는 기업이라면, 이 세상에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 기업들에게도 CSR는 분명한 도전과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국내의 친기업정책에 길들여진 상태로 세계시장에서 CSR의 파고를 맞는다면, 그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 힘을 내야 하고, 더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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