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E 프로그램의 기획자 Cristina Liamzon의 모습. 아시아재단과 KDI 국제정책대학원이 주관한 아시아개발펠로우 필리핀 방문연수에서 한국 참가자들에게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도은 객원연구원] 오늘날 세계화의 영향으로국제이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유학, 결혼이주, 노동이주, 난민 신청 등으로 다양한 형태의 이주가 발생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의 자료에 의하면 전체 이주노동자의 수는 약 1억 5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표적인 인력 송출국가인 필리핀은 인구의 약 10% 이상인 백만 명 가량이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80%는 단기 계약근로자로 건설 노동자, 선원, 가사노동자 등으로 일하고 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은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것과 동시에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족들에게 보내는 송금액은 주로 일반 생활비에 소비돼 가계경제는 호전되지 못하고 가족들과 분리된 채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이 같은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프로그램들이 많고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제점을 자각한 크리스티나 리암존(Cristina Liamzon)은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이주노동자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녀는 2014년 아쇼카 필리핀이 선정한 아쇼카 펠로우다. 아쇼카는 각 국가 지부를 통해 매해 사회문제를 해결에 기여하는 사회적혁신기업가를 발굴하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자원봉사 체재로 운영되는 LSE(The Leadership and Social Entrepreneurship) 프로그램은 재무교육 및 개인 상담, 리더십 기술과 사회적기업가 정신에 관한 수업들로 구성된다. 이주노동자의 역량 강화와 송출국과 유입국에 대한 사회적 기여를 도모하고 남겨진 가족들에게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송금액 관리 및 가족 간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두바이와 바르셀로나에서 진행 중인 LSE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
[바르셀로나에서 진행 중인 LSE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

수업은 이주노동자의 근로시간을 고려해 주말에 진행되는 편인데 6개월에 걸쳐 보통 격주로, 12번의 전일 수업이 진행된다. 200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처음으로 시작해 홍콩, 두바이,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마카오에서 80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들은 필리핀의 명문대학교인 아테네오 마닐라 대학교의 Ateneo School of Government(ASoG)에서 발급하는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poster1LSE 프로그램은 ASoG를 비롯해 필리핀 대사관, 노동부, 해외노동복지청(OWWA)등 정부 기관 및 사회적기업개발파트너십(SEDPI)와 같은 유관 시민단체들과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ASoG와 SEDPI는 프로그램의 강사를 제공하고 정부기관 홈페이지에서 LSE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 게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많은 아테네오 마닐라 대학교 졸업생들이 프로그램의 유치에서 부터 진행, 홍보 및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친 자원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국가의 의회나 재단 등과의 파트너십 역시 운영을 활성화 시킨다.

체계적 구성과 파트너십과 함께 ‘자발성’은 LSE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일정한 등록비를 지불하게 해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가사노동자와 같은 일반 근로자의 경우 사무국에서 등록비의 50%를 지원해주고 나머지 금액인 60 유로 또는 미화 60 달러 정도는 참가자가 부담한다. 경제 사정에 따라 사무직과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들에게는 참가비를 차등적으로 적용한다.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졸업 이후에도 이어진다. SNS를 통해 졸업생간 긴밀히 교류하고 다른 해외근로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한다. 자국인 필리핀에서도 LSE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은 졸업생들의 역할이 컸다. 그들이 필리핀으로 귀환한 후에도 가족들과 주변 친구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고 이주노동의 경험을 어떻게 자국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LSE 프로그램과 함께 끊임없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졸업생들은 심화 과정인 실습교육에도 참여할 수 있다.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사업 계획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최소 1~2번의 멘토링 세션에 참여해 기획서를 검토 받고 마케팅과 재무관리 등 사업 운영 시 필요한 실무 교육의 혜택도 누린다. 팀 과제와 최종 발표를 수행한 후에는 기본 과정과 동일하게 ASoG에서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LSE 프로그램에서는 왜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교육할까.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역량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 송출국과 유입국 모두의 발전과 복지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크리스티나는 ‘모두가 체인지메이커(Everyone A Changemaker)’라는 아쇼카의 비전을 지지하며 “이주노동자들도 경제적 이익과 더불어 사회적 목적을 위한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필리핀 이주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의 꿈을 든든히 지원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그녀는 올 하반기부터 다른 여러 도시들에서도 LSE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바르셀로나, 도쿄, 도하, 몬트리올, 토론토에 이어 내년 초에는 서울에서도 운영을 구상 중 이다. LSE 프로그램이 30,000여명의 한국 내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물론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한국의 관련 시민단체, 학교 그리고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LSE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도은 객원연구원(왼)]
[이도은 객원연구원(왼)과 LSE 프로그램의 기획자 Cristina Liamzon(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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