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부하는 시간에 내 친구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해야 한다면, 친구와 내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까? 대학생 아르바이트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5만원이 넘는 전공서적 한 권을 사기위해 식비를 줄이고, 학비를 위해 휴학을 감내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그런 학생들을 돕기위한 새로운 기부 활동이 여기 있다. ‘십시일밥’, 한 사람의 공강(空講) 1시간으로 힘든 친구의 밥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기부 운동이다. 

십시일밥의 활동은 이렇다. 학생들이 공강시간에 학교 학생식당에서 일을 하고, 식당 직원과 똑같이 임금을 받아 십시일밥에 전달한다. 그렇게 받은 임금으로 십시일밥이 다시 식권을 사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식권을 기부한다. 이 활동은 단순히 어려운 친구에게 식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다.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盤)’의 정신을 본받아 한양대에서 시작된 이 활동은 현재, 한양대 외에도 건국대, 연세대, 한국외대 용인 캠퍼스, 경희대 수원 캠퍼스, 가천대, 서울대의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 활동을 시작한지 1년도 채 안돼 300명이 넘는 학생을 모은 ‘십시일밥’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 지난 금요일, 합정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십시일밥의 대표 이호영씨를 만났다.

십시일밥 이호영 대표. 출처=컴퍼스라이프
십시일밥 이호영 대표

십시일밥의 배경을 묻자 이호영 대표는 “예전에 봉사를 자주 했었다. 하지만, 연탄 봉사, 보육원 봉사와 같은 일반적인 봉사활동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지속하기 힘들었다. 연탄 봉사나 보육원 봉사는 봉사하기 위해 하루 시간을 비우고, 봉사 장소로 이동해야 해 부담이 컸다. 그래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신의 생활을 해치지 않는 봉사활동은 없을까?’하고 생각 하던 중 십시일밥의 개념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그는 시간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봉사를 통해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우연히 ‘십시일밥’의 아이디어를 구상했지만 혼자 진행하기 어려워 함께 할 사람을 모았다고 한다. 수업을 같이 듣는 사람에게, 친구의 친구에게 무작정 사업계획서를 건냈고, 그렇게 1년 반동안 준비해 2014년 9월에 이 활동을 시작했다. 

십시일밥 활동 중인 학생들. 출처=십시일밥 페이스북
십시일밥 활동 중인 학생들. 출처=십시일밥 페이스북

십시일밥이 확장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십시일밥의 사무국에서 각 학교의 학생식당에 먼저 ‘십시일밥’활동을 제안하고, 동시에 봉사자를 모집한다. 이런 방식으로 현재까지 총 7개의 대학이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학생은 참여하고 싶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거절하는 경우, 식당에서 허락했지만 학생이 모이지 않은 경우 등의 이유로 계약에 실패했었다.

식당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결석하면 피해가 크다’, ‘숙련도가 낮다’는 이유로 거절을 하자 이호영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 측면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3명이 함께 일하고, 2명의 임금을 받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에 대해 ‘임금착취가 아니냐’라는 의문을 던질 것이다. 하지만 십시일밥 활동이 ‘시급 노동’이 아니라 ‘봉사’의 개념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며 이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과 이미 합의한 내용이다.

십시일밥 봉사자들의 봉사 시간이 어떻게 식권으로 환산되는지 자세히 물었다. 이 대표는 “식당에서 일하는 여사님들께 시급 7,000원을 지급하면, 저희도 7,000원을 받는다. 하지만 ‘시급제’로 가면 봉사활동이라는 순수성이 희석된다. 또, ‘시급제’로 계산하면 앞서 말한 2명 임금을 받고 3명이 들어가는 것에서 임금착취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급’ 혹은 ‘최저임금’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봉사의 순수성을 해치지 않고, 임금착취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십시일밥의 활동 절차는 다음과 같다. 십시일밥 봉사자들은 식당에 ‘봉사활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식당은 그 서비스 이용대가로 시급 7,000원에 준하는 ‘이용료’를 낸다. 그런 후에 십시일밥이 그 돈으로  식권을 다시 사서 기부한다.

이렇게  현재까지 총 7000장의 식권을 총 434명에게 기부했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3000만원에 이르는 액수이다. 하지만 얼마 전, 십시일밥의 한 봉사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십시일밥이, 십시일밥을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내용은 이렇다. ‘봉사의 결과로 ‘확인증’을 수여받았지만, 이 확인증을 통해 자신의 기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투명성을 보장해달라’. 이 글에 대해 묻자, 이 대표는 “봉사 활동과 식권의 갯수, 수혜자의 수 등은 봉사자들도 충분히 접근할 수 있지만 행정적인 이유로 정보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봉사한 식권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아 그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중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수혜자의 개인정보로 인해 완전히 해결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 문제는 십시일밥에 대한 신뢰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십시일밥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고안하고 있다. ‘수혜자를 직접 모집, 선택한다’는 십시일밥의 장점을 살려 기부의 투명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십시일밥의 새로운 사업모델이 많은 기부자들이 요구하는 ‘투명성’의 욕구를 충족시켜 더 큰 기부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사실 모금은 쉽습니다. 어려운 것은 배분입니다. ‘수혜자들에게 어떻게 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이 봉사한 만큼 식권을 손에 쥐어 주는 것, 이것이 저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투명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고 전했다.

십시일밥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의 생활고를 덜기 위해 수혜자를 직접 모집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각 대학 기구(장학팀, 복지팀 등)를 통해 해당 대학의 취약계층 대학생에게 주는 방법을 택했으나,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 측과 매번 행정적으로 조율해야 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협조를 하지 않는 대학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십시일밥이 자체적으로 식권 수혜 희망자를 모집한다. 온라인/오프라인으로 공고를 내고, 자격에 걸맞은 수혜 희망자가 십시일밥에 신청을 하면 배달 증명이 가능한 우편으로 보내는 식이다.

수혜자 직접 선정에 대해 이 대표는 “국가 등의 단체에서는 특성상 엄격한 잣대로 심사하는게 맞지만, 우리 같은 민간단체는 복지 정책에서 소외된 분들을 위해서도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가정 형편이 어려워진 사람들 등은 복지정책에서 소외돼 있어 혜택을 받기가 힘들다. 우리는 이런 분들도 돕고자 직접 수혜자를 모집한다”고 말했다. 십시일밥의 수혜자들은 기본적으로 1인당 5만원 이상의 식권을 받는다. 식권 가격에 따라 받게 되는 장수는 다르나, 일반적으로 15장 내외다. 자세한 수혜자 모집 과정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면 된다.

십시일밥 수혜자 모집 포스터
십시일밥 수혜자 모집 포스터

운영에 한계를 느껴 
십시일밥은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할 만큼 우수한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대표는 십시일밥을 운영하는 데 있어 한계가 명확하다며 이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운영하는데 있어 겪는 어려움은 ‘사람’과 ‘마케팅’이라고 한다. 이 대표의 말이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다보니 이탈자가 많이 생기고, 사무국 외에 중간관리자만 40명 이상이 되어 자료 보고 등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또, 사무국의 인원이 적어 십시일밥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하다. 사무국 인원 확장이 필요하지만 팀워크가 걱정되어 아직은 설립멤버를 유지하고 있다.”

이어 이 대표는 우스갯소리로 “봉사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마에 ‘봉사’라고 적어놓고 다녔으면 좋겠다”며 마케팅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십시일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봉사자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까지는 SNS와 바이럴 마케팅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 오프라인 마케팅이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장에서 홍보할 수 있는 인원이 적다.”

십시일밥 활동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 묻자 이 대표는 “그것이 저희가 항상 고민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기부한 식권의 개수와 봉사시간 뿐이다. 말로는 공동체에서 봉사에 대한 시민의식이 성장했고, 봉사 문화가 확산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사회적 임팩트에 대해 평가할 방법이 없다”고 말하며 많은 소셜 벤처가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이 대표는 십시일밥 운영에 있어 마케팅, 평가 기준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경제적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2015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받은 상금과, 함께일하는재단의 육성사업으로 인해 내년까지는 경제적 부담이 적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의 운영자금을 위해 자체적인 수익모델을 개발 중이다. 

“십시일밥은 기업에게 CSV”
십시일밥의 개념은 봉사, 기부와 같이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십시일밥은 기업에게 CSV의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이 대표의 말이다. “가끔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학생식당에서 일을 하는 것이 누군가의 일자리를 뺏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식당은 가장 바쁜 점심시간, 그 2시간 만을 위해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하는 사람에게 점심시간은 항상 힘든 시간이다. 십시일밥의 봉사자들은 그 시간에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로 식당은 고용을 추가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어 좋고, 우리는 봉사할 수 있어 좋은 것이다. 또, 수혜자에게 현금이 아닌 식당의 식권을 주기 때문에 식당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매출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기업과 자원봉사가 합쳐져 비즈니스로 풀어가는 윈윈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십시일밥을 진행한 13개 식당 모두 연장 계약에 성공했다. 심지어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체에서는 먼저 제안을 했다고 한다. 업체의 측에서는 이미지와 서비스의 질을 개선할 수 있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으며, 매출액을 증가시키는 효과까지 있어 십시일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봉사자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봉사에 대한 대가로 식권을 준다면 업체의 입장에서는 기부금처리를 하게 된다. 이는 곧 탈세의 우려가 있어 봉사자들의 근로계약에 대해서 물었다. 이 대표는 “십시일밥 활동이 봉사활동이므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나, 그에 준하는 보험가입 등의 절차를 십시일밥 측에서 근로복지공단 문의 하에 책임지고 있다. 사실 업체에 십시일밥을 제안할 때 ‘기부금 처리’라는 메리트를 어필하려고 했으나, 업체 측에서 큰 메리트를 못 느낀 것 같았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십시일밥’의 개념이 널리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 개념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이트를 주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한양대에서 ‘십시일권’이라는 활동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이처럼 십시일밥의 개념이 다양한 분야에서 도입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십시일밥이 일회적인 활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과 취약계층이 존재하는 한 지속가능한 단체가 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어 앞으로 십시일밥이 ‘소셜 프랜차이즈’로 거듭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십시일밥의 비전에 대해 묻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십시일밥은, ‘십시일밥’이 개입하지 않아도 각 학교가 스스로 운영하고, 수익모델을 만드는 지속가능한 단체이다. 십시일밥이 더욱 성장하여 네임밸류를 얻고, 그것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얻어 모금활동과 기부를 하는 선순환 체계를 갖고 싶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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