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비영리단체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흔한 모범답안은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는 활동을 잘 하고, 서로 협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과 비영리단체, 사회적 경제조직은 그 시작부터 성격이 다른 조직들이다. 그러니 이들 사이의 협력에는 늘 왜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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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코스리는 서울시NPO지원센터와 함께 ‘사회공헌의 오늘, 그리고 임팩트’라는 주제의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가장 솔직한 책이라고 평가받는 ‘착한기업 콤플렉스’의 저자 이보인씨는 ‘진정성’이라는 용어의 습관적 사용에 대해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의사결정은 정량적인 데이터와 성과에 대한 확신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비영리단체는 이런 요소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공헌팀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보인씨의 얘기처럼, 우리는 흔히 ‘가치 있는 일을 하자’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가치가 무엇인지, 가치를 어떻게 표현하고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사회공헌을 열심히 하면 기업의 신뢰도가 증가하고, 기업의 브랜드 명성이 좋아진다는 등의 사회공헌 옹호론도 있지만, 사실 그 근거는 희박하다. 우리의 기업환경에서는 백 번의 잘한 일보다 한 번의 실수가 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성’이 기업과 비영리단체 사이에 존재했던 협력의 상징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만약 진정성이 더 이상 서로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국제개발단체인 더프라미스의 김동훈 국장이 제기한 문제는 그래서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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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아닌데, 마치 사회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홍보를 한다. 그리곤 실제로 하는 것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비영리단체를 하청업체처럼 대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이다.

반대의 상황도 있다. 기업이 스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기부금을 줄이곤, 스스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 몇은 마케팅이나 홍보에 가깝지, 사회공헌이나 사회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기업과 비영리단체 사이의 소통이 과거에 비해 건강하지 않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다만 기부금이 오고 가는 관계, 실적과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명분을 잃으면 안 되는 생태계의 특성 탓에 이런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다.

상황이 꼬일수록 본질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NPO지원센터의 정선애 센터장은 서로 이해하기 힘든 조직과 영역의 만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상호의존성은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비영리단체, 기업, 정부 모두 기존의 자원을 가지고 이전에 했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거나 변화를 만드는 것이 더 이상 쉽지 않다는 것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 파트너십은 당위가 아니라 이런 전제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접근법을 필요로 하는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서 비영리단체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 역시 기업이 기대하는 만큼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비영리단체나 기업의 잘못이 아니라 해결해야할 문제의 성격이 변한 것이다.”

본질로 시선을 돌리면 지금까지 문제였던 것들이 다시 보인다. 이보인 씨의 얘기처럼 “기업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습관이 있지만, 숫자로 인해 확신을 하게 되면 기꺼이 투자하는 조직”이다. 이것이 기업의 언어다. 김동훈 국장의 얘기처럼 “비영리단체가 단체의 소명을 지지하는 개인후원자들의 저변을 넓히지 않는다면 결국 기업기부금의 사냥꾼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광범위한 실력을 다시 길러야 한다.” 비영리단체 스스로 기업과 동등한 파트너가 되기 위한 자기점검이 필요하다.

애초에 근본부터 다른 조직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소통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 다른 조직이 다른 언어로 같은 문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된다. ‘진정성’과 ‘가치’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 나의 본질을 확인하기 위한 거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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