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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트마 간디의 신탁사상(Trusteeship)은 인도의 기업, 기업문화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부 가운데 최소한을 제외한 부분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신탁(trust)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국가와 지역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설파한 간디의 뜻을 따라 인도 기업인들은 나눔활동에 적극적이다. 기업과 기업인이 존중받는 문화가 형성된 이유다.

인도 인구의 70%가 빈곤층이란 점에서도 ‘나눔 정책’은 선거뿐 아니라 기업 생존에도 필수 요소로 꼽혀왔다. 10년간 장기 집권했던 만모한 싱 총리 역시 지난 2007년 ‘포용성장(Inclusive Growth)’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다. 포용성장은 규모에 치중하는 양적 성장이 아닌, 부의 재분배와 삶의 질 개선, 환경 보전, 부패 일소 등에 역점을 두는 질적 성장을 의미한다. 즉 성장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게하는 나눔 성장, 빈곤층을 위한 성장을 말한다.

인도는 2013년 개정한 회사법에 CSR 의무조항을 넣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법안에는 CSR 의무 적용 기준, 대상 기업의 의무, CSR 활동 인정범위 등이 포함됐다.

법안에 따르면 순자산 규모 50억 루피(869억원) 이상, 매출액 100억 루피 (1769억원) 이상, 순이익 5000만 루피(8.7억원) 이상 중 1개 이상 항목에 해당되는 기업은 직전 회계연도 3개년 평균 순이익의 2% 이상을 사회적 책임 활동에 사용해야한다. 해당 기업은 순이익 2% 이상 사용여부와 미사용시 그 이유를 공시해야하며, 공시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과 담당자는 과징금이나 고발 등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극빈층 근절을 위한 노력, 교육 사업 및 교육여건 개선, 성별격차 해소 및 여성 인권 보장, 아동사망률 감소 및 산모 건강 증진을 위한 활동, 질병(AIDS, 말라리아 등) 퇴치를 위한 활동, 환경보호 활동, 취업지원을 위한 직업교육지원 활동, 사회적 기업 지원 활동, 인도 정부가 설립한 SR(사회적 책임) 관련 펀드 기부를 CSR 활동으로 인정한다.

법안이 발표되자 인도에서 경영활동을 펼치는 국내외 기업들의 반응은 제각기이었다. 인도 상공회의소 하리시 마리와라(Harish Mariwala) 회장은 “CSR 의무화는 비생산적이며 기업들은 이를 회피하려 할 것”이라고 반발했고, TVS그룹 베누 스리니바산(Venu Srinivasan) 회장은 “CSR 의무화는 또 다른 형태의 세금이 늘어나는 것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인도 기업 가운데 타타스틸(TATA steel)을 제외하고 순이익의 2%를 CSR 활동에 사용하는 기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인도 기업부는 개정 회사법 시행 첫 해 실적을 500억 루피(8695억원)로 예상했다. 이는 법적 효력이 발생하기 전 예상했던 예상금액의 절반 정도다. 기업부는 개정 기업법 공시 때 CSR 의무대상에 해당하는 기업을 1만2000개로 추산했었으나 한 관계자는 “데이터를 다시 점검한 결과, 1만2000개 기업을 모두 CSR 의무 대상으로 볼 수 없었다. 기업에 대한 자료 일부가 과장돼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욱이 인도 기업들은 2014년 총선이후 친기업 성향의 BJP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CSR 의무화 법안이 삭제되거나 효력이 약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2014년 5월 BJP당의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가 새 총리로 당선되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기업들의 기대와 달리 모디 정부는 ‘한 가족 한 주택 실현’ 목표를 내세우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들이 빈민가, 재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이를 CSR 활동으로 인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도로 안전운행 홍보활동, 운전교육 지도관 파견, 법률 및 의료지원활동, 지방개발활동, 빈곤층 주민들에 무료점심 제공 등도 CSR 활동으로 인정하는 등 범위를 넓혔다.

모디 정부는 ‘제조 강국’을 목표로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기업의 인도진출이 활발해질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와 관련, 인도 최대 로펌인 아말찬드 만갈다스(Amarchand & Mangaldas & Suresh A. Shroff & Co)의 슈로프 대표변호사는 “인도에 진출한 특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라면 사내에 CSR 위원회를 설치하고 일정 수익을 CSR 활동에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 정부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지난해 10월 駐인도 한국대사관은 인도 상공회의소와 ‘한국-인도 사회공헌활동포럼’을 공동 주최, 인도 경제인들에게 인도 내 한국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소개했다. 국토교통부는 ‘한국 업체들의 해외건설시장에서 사회공헌활동 강화 방안’이라는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 모델 발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중 CSR 의무 적용대상은 30여개로 추정된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이미 인도 내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순이익의 2%를 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2012~2013년 경기침체로 적자를 낸 기업들이 있어 당장은 흑자전환을 우선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직은 CSR 의무 대상 기업이 순이익의 2%를 쓰지않을 경우 그 이유를 공시하면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지만, 2년 이상 법 조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다른 법적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아직 처벌방안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곧 가시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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