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리는 지난해 12월24일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공유가치 창출(CSV)이 지니는 의미를 따져보고 우리 기업들의 실제 적용사례 등을 살펴보는 특별기획기사를 선보였다. 기획을 마치며 코스리 연구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취재과정 전반을 되돌아보며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주요 내용을 전한다.

손동영 소장 : 코스리는 왜 이 기획을 시작했다고 보나?
김환이 연구원 : 기업들이 CSR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기업이 사회에 무조건 공헌해야 하는 책임을 강요받는 느낌이 들어 CSR이란 단어에 거부감이 있다고 한다. 또 CSR과 CSV가 혼용되다보니 CSR의 본질을 잃고 주변을 맴도는 느낌이었다. 중심을 잡고 방향을 제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장 : ‘CSR을 넘어 CSV로 이행한다’는 개념에 대한 입장은?
양지원 연구원 : CSR의 정확한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명확한 개념정리 없이 ‘진화된 형태’라고 말하는 건 무의미하다.

이승균 연구원 : 기업들은 CSR이든 CSV이든, 정체되는 순간 새로운 전략을 내세워왔다. 특히 요즘처럼 심각한 저성장, 양극화가 기업 성장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하면 기업들은 그 탈출구로 CSV를 선택, 자연스럽게 CSV를 CSR의 진화된 개념으로 내세운다.

김환이 : 해외의 이론이나 사례가 소개되는 과정에서 본질을 기업 문화에 맞게 적용하기 보다는 기업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받아들이다보니 문제가 생긴다.

한지희 연구원 : 얼마전 CSR, CSV에 대한 머니투데이의 기획기사를 보면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찾아가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소장 : CSV 개념을 주창한 마이클 포터의 이름을 따 포터상이 제정되는 등 우리나라의 움직임은 특별하다. 저명인사들이 CSV로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상당한 권위를 갖는다. 코스리의 대기업 설문조사에서도 2013년, 2014년 연이어 상당수가 CSV를 ‘올해의 화두’로 꼽았다. 과연 CSV는 그런 대접을 받을 개념인가 생각할 시점이다.

소장 : 기획기사에서 각 그룹의 입장을 소개했다. 각자 취재한 기업들에 대해 느낀 점이 있는지?
김환이 : KT는 CSV팀을 만든 후 새로운 사업보다는 기존 사회공헌사업을 활성화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사회적가치 창출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리고 모든 활동을 CSV 사업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사회공헌활동과 CSR활동 모두를 CSV란 틀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고있다. CSV사업이 만들어낸 실제 가치가 무엇인지 짚고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승균 : CJ는 창립 60주년 기념행사에서 CSV 경영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업 내 모든 비즈니스 모델들을 CSV라고 말할 정도다. 그렇게 모든 사업에 CSV 비즈니스모델을 적용하는 건 무리란 생각이 들었다.

한지희 : 유한킴벌리는 잘, 잘못을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 기업내 CSV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의지가 매우 높은 것은 장점으로 보인다. 다만 CSR과 CSV를 ‘비즈니스 모델 존재여부’로만 구분해 설명한 것은 이해가 쉽지않았다. 고령화사회에 대비, 고령 소비자들의 니즈를 분석하는데서 사업계획을 출발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돋보였다.

양지원 : LG는 내 생각과 가장 유사한 CSR 개념을 갖고 있다. CSR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들의 비즈니스, 사업장 등 조건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체적으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 호불호를 떠나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느꼈다.

소장 :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땠나?
이승균 : 기업들이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사이에서 스스로 균형점을 찾아 내리라 본다. 지금보다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SK그룹의 브라보 리스타트 같은 프로그램만 봐도 그렇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협력 모델이다. 기업이 먼저 중소기업에 특허를 내주고 해외 판로개척을 돕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동시에 자사의 매출도 늘리는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냈다.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SKT 김정수 실장의 말처럼 앞으로는 이윤을 위해 일하는 기업이 결국 큰 역할을 해낼 것이다.

소장 : CSR과 CSV의 관계를 어떻게 보나?
양지원 : ‘확장’ ‘등장’ ‘발전’ 등 표현이 문제다. 잘못된 표현에서 모든 혼란이 왔다고 본다. CSR과 CSV를 언급할 때 제3의 용어 혹은 개념이 나와야한다.

이승균 : 기업의 영향, 즉 임팩트를 관리하는게 중요하다. 법적 테두리안에서 긍정적 영향을 키우고,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CSV는 사회혁신측면에서 봐야한다.

양지원 : CSV는 경영전략이다. 모든 조직에 흡수돼야하는 것이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발굴해야한다. 기업들 내부에서 CSR이든 CSV든 팀 자체의 고민을 외부와 소통하지않고있다. 왜 기업의 좋은 점만 보여주는가. 기업이 내부의 고민을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한다. 또 각 기업들의 역량에 따라 사회공헌에 힘쓰는 기업, 경영전략에 초점을 맞춰 CSV를 하는 기업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이 사회공헌인지 CSR인지 개념을 알고 사용했으면 좋겠다.

한지희 : 기업들은 CSR과 CSV의 정확한 의미를 제각기 이해하고있다. 이는 CSR과 ‘사회공헌’을 혼용함으로써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본다. CSR과 CSV의 관계 정립에 앞서 CSR과 ‘사회공헌’ 사이의 의미 차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또 기업담당자 혹은 CSR, CSV 관련 직종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CSR과 CSV를 ‘비즈니스 모델의 존재여부’로 간략히 설명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CSR과 CSV의 구별요소를 비즈니스모델 존재여부로만 판단하고, 업무상 차이를 두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의문이 든다.

이승균 : CSV를 무작정 비판하는 것은 위험하다. CSV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CSV가 어떤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창출했는지 진단한 후에 판단하는 것이 옳다.

소장 : 기업들의 CSR 활동이 당초 의도대로 가고있는지 판단하고 피드백을 주는게 미디어의 역할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미디어가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하는지 의문이다. 기업들로선 미디어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손해다. 기업 스스로 교정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특히 기업의 오너나 CEO, 의사결정권자들이 그런 기회를 갖지못한다. CSR이나 CSV와 관련한 기업의 홍보자료를 확산하는 통로로서 미디어는 많지만, 그것들을 사후에 평가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또 ‘CSR을 기반삼아 CSV로 진화한다’는 기업이 많은데 기반이 되는 CSR의 의미를 너무 좁게 잡고있다. CSR을 폭넓게 정의하고 실천하면 거기에서 창출되는 가치가 상당히 클 것이다. 기업의 영향 관리 측면에서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많다. 예를 들어,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다 보면 그 자체가 비즈니스모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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