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패션 ‘래;코드’ 권송환 부장
코오롱 패션 ‘래;코드’ 권송환 부장

전 세계 패션산업 규모는 2000조원에 달한다. 산업 규모가 커질수록 문제도 많아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버려지는 의류 폐기물이다. 패션산업은 유행에 따라 2~3년이면 새로운 재고가 발생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코오롱 패션도 연 1조5000억원 매출에 따르는 의류 재고로 고민해왔다. 해외로 보내거나 덤핑, 기부 등 방법을 써봤지만 나름의 문제가 발생했고 브랜드 가치 훼손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재고 3년이 지나면 전량 소각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 비용만 연 40억원에 이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오롱 패션은 2012년 대기업 최초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를 런칭했다. ‘RE; 생각의 전환을 기반으로 재해석된 디자인’이라는 의미와 ‘CODE 환경과 나눔의 가치를 공유하는 패션을 넘어선 문화’라는 뜻을 담아 탄생한 이름이다. ‘래;코드’ 권송환 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류 폐기물 소각 때 모든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디자이너 스스로 잘못 디자인되거나 제작된 의류는 팔리지 못하고 소각된다는 경각심을 갖기 위해서였다. 기업 차원에서 자원이나 환경 문제를 고려하고,패션브랜드로서 할 수 있는 새로운 해결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영국 ‘정키 스타일링(Jungky Styling)’이라는 소규모 업사이클링 브랜드와 협업을 고민했지만 결국 코오롱의 독자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를 런칭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익사업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척하자는 의지로 시작했다. 신진 디자이너들을 영입하고 문제해결 과정에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디자이너 참여형 플랫폼을 구축, 활동을 시작했다.

“단순히 옷을 기부하는 것 이상의 새로운 해결방식을 만들어 가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대기업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못하는 부분을 기업이 실천하면 시장을 만들고 길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옳은 일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으로 투자를 해보자는 의견이었다”

내부 반응은 좋았지만 판매가 어려울 것이란 고민이 컸다.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시내 주요 백화점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래;코드의 가치를 이해한 많은 사람들이 옷을 구매했다. 상업적 매출에는 한계가 있지만 판매 가능성을 보았고 기존 상품개발 이상으로 의미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우리는 해외로 진출하고 있고 해외 아티스트들과 협업도 진행 중이다. ‘빅아이티(big I. T. 명품 브랜드를 모아 놓은 홍콩 편집샵)’에 수출하고 있는데 고가의 타 제품과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중이다. 착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것은 물론, 사람들이 스토리를 알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다”

옷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업사이클링 특성상 표준화된 방식이 없기 때문에 옷의 해체작업이 먼저 진행된다. 지적 장애인 단체인 ‘굿윌스토어(기부물품 판매 및 단순용역 작업 업체)’와 함께 해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산과정에서는 제품 경쟁력을 위해 전문 디자이너도 참여한다.

“단순 작업을 할 수 있는 지적장애인들이 해체 작업을 돕는다. 이 부분에서 관리가 필요하지만 그 자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사회적 약자인 미혼모, 탈북자로 대상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래;코드에서 판매하는 티셔츠와 가방을 착용한 권송환 부장
래;코드에서 판매하는 티셔츠와 가방을 착용한 권송환 부장

래코드는 차량용품 제조사, 군수업체 등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폐소재 문제도 함께 해결한다. 결함이 발견된 에어백과 군대 텐트, 군복 등 소재를 이용해 가방이나 의류 등을 제작한다.

폐의류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인 만큼 재고가 또 발생할 경우의 대처법도 중요하다. 권 부장은 “해외수출물량은 선주문, 후제작 방식으로 진행한다. 재고 발생 확률이 그만큼 적다. 국내 소매시장에서 발생한 재고는 또 다시 해체작업을 한다.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혹은 기부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래;코드 의류 가격은 다소 비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권 부장은 표준화된 시스템이 없어 제조비용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다 단순 재활용인 리사이클링 차원을 넘어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업사이클링의 차별성을 위해선 제품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래;코드는 명동성당에서 ‘나눔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수익을 내는 공간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곳으로 업사이클링 책만 1000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스토리를 쌓아 책을 출판할 계획도 있다. 이처럼 수익과 거리가 있는 브랜드를 운영하는데 대해 권 부장은 “기업은 전망이 확실하거나 최고경영자의 절대적 의지가 있을 때 사업을 진행한다. 단순 사회공헌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판로를 개척할 수 있기에 길게 보고 투자를 하겠다는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했다. 최고경영자들이 이익 성과표가 아닌 또 다른 기준의 성과측정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래;코드는 ‘잡월드(고용노동부 운영 종합직업전시체험시설)’에서 디자인관을 맡아 운영중이다. 초중고등학생 대상 직업재능기부인 셈인데 업사이클링 디자인 체험이나 환경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권 부장은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강화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을 활발히 진행하는 한편, 평화의 뜻을 담은 군소재 용품들을 ‘노벨평화센터(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기념하는 박물관)’에 입점시키는 계획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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