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권[한지희 기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공유가치 창출(CSV)의 정의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상당수 기업들이 나름의 입장에서 상설조직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코스리는 CSR, CSV 전문가와 기업 사회공헌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SPC 행복한재단의 유승권 사무국장은 숭실대일반대학원 사회사업학과와 숭실대경영대학원에서 학업을 마치고 그룹홈, 이랜드 복지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서 사회복지 및 기업사회공헌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SPC그룹 사회공헌팀과 행복한재단에서 기업사회공헌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기업사회공헌 실무자들과 기업사회공헌 실무자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코스리 : 우리나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CSR과 CSV에 대해 정의할 때 상당한 견해차가 있다. 두 개념을 각각 어떻게 이해하나? 둘은 어떤 관계일까?
유승권 국장 : 기업사회공헌 실무자 입장에서 답한다. 우리나라에서 CSR은 기업 사회공헌분야로 한정돼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기업사회공헌을 포함한 지배구조, 윤리,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보호 등 기업경영 전반의 통합적인 사회적책임을 말한다. CSR은 이미 1950년대부터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경영학자들과 기업가, 시민단체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논의의 결실이 2010년 11월에 발표된 ISO 26000가이드 라인이다. CSR은 이미 어느 정도 국제적인 개념정의와 실천방안이 합의돼있는 상태다.

CSV는 아직 명확한 개념 정의나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않은 상태다. CSV에서 말하는 ‘공유가치창출’이나 ‘사회적문제를 비즈니스의 아이템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부분은 새로운 개념이 전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마이클 포터가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경영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혼란만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CSR과 CSV는 충분히 공존가능한 관계라고 본다. 어떤 이들은 CSV가 마치 CSR이 보다 진보한 개념이라고 한다. CSR과 CSV 둘 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저 아는 체 하느라고 만들어낸 말이 아닐까. 그들은 CSR을 단순히 자선적 사회공헌활동으로만 잘못 파악하고 있다. 그러니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면서 기업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CSV를 뭔가 새롭고 대단한 것 처럼 본다.

CSR은 기업경영의 통합적인 사회적 책임이다. 기업의 경영철학과 원칙으로 이해하고, 그 위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거나 신사업을 추진할 때 적용할 수 있는 경영전략으로 CSV를 실행한다면 CSR과 CSV가 이상적인 공존관계를 가질 수 있다.

코스리 : 행복한재단의 베이커리카페 사업을 CSV로 칭하는 기사들이 많다. 이를 CSV 사업으로 보고 있나?
유 국장 : 행복한 베이커리 & 카페 사업은 SPC그룹의 제과제빵기술과 베이커리운영이라는 핵심역량을 활용, 장애인들에게 직업을 통한 자립을 지원하는 순수 사회공헌사업이다. 장애인에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CSV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확대된 해석이다. 이 사업을 중심으로 장애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가치와 SPC그룹의 기업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확대된 사업을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현시점에서 이 사업만을 갖고 CSV라 볼 수는 없다.

코스리 : CSV는 2012년이래 우리 나라 기업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포터상 제정 및 시상이 이루어지는 등 관심이 더 커졌다. CSV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기업도 많다. ‘CSR이 CSV로 진화하는 과정‘이란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유 국장 : CSV는 CSR보다 진보, 진화한 개념이 아니다. CSV를 이슈화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CSR을 기존의 자선적 사회공헌활동으로 국한시킨다. 그들은 ‘그동안의 자선적 사회공헌활동 성과가 미약했기에 이제는 기업이 사회공헌이 아닌 CSV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도 잘못된 것이다. 공개된 통계나 조사자료를 통해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공적 사회안정망과 복지제도가 국가경제규모에 비해 상당히 취약하다. IMF 이후 기업들이 열심히 자선적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왔기에 이정도 수준의 민간 사회복지안전망이 구축된 것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존의 자선적 사회공헌활동을 줄이고, CSV로 방향을 전환한다면 그동안 기업기부금과 지원에 의존했던 열악한 상태의 민간 복지단체와 복지시설은 아사(餓死)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한번 무너진 민간 사회복지안정망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자원이 필요함을 알아야 한다.
몇몇 기업이 CSR팀 또는 기업사회공헌팀을 CSV로 전환하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런 기업은 CSR과 CSV의 기본 개념도 이해못하고 있다.

코스리 : CSV팀의 존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유 국장 CSV팀이 CSR이나 사회공헌 팀으로부터 전환되는 방법이나 구조가 아닌, 기업경영전략를 담당하는 부서나 신사업개발부서 등에 속한다면 찬성한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나 민간단체의 자원과 역량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이런 문제들을 최신 기술과 최고의 자원, 인력을 가진 기업들이 발벗고 나서 해결방법을 찾고, 이익창출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낸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그러나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코스리 : LG처럼 CSR 중심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유 국장 : 타 기업을 이야기하는 건 조심스럽다. 다만, 자선적 사회공헌활동에 국한된 CSR이 아닌, 통합적인 CSR을 기업 중심에 놓고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를 펼쳐가다보면 많은 부분에서 CSV가 당연한 결과물로 나올 것이라는 관점엔 많은 부분 동의한다.

코스리 : 우리 기업들의 CSR 혹은 CSV 활동을 전망해달라.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려면 어떻게 접근해야할까?
유 국장 : 우리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진정한 CSR, 즉 기업시민으로서 통합적 사회적 책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CSR를 자발적으로 완성해 낸 기업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CSR의 변화 기류는 기업 내부에서보다 외부로부터 오는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기업관련 주요 이슈들은 대부분 CSR과 관련돼있다. 反CSR적 기업경영활동, 기업가들의 잘못된 행동들이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 사회 전체적적으로 반기업 정서가 형성되게 마련이다. 이에 대응해 기업들이 변화를 모색해야할 상황이다. 통합적 CSR의 실현과 완성은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사회변화와 외부압력에 의해 수동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기업 외부의 급속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미 제시돼있는 ISO26000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기업 특성에 맞는 CSR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는게 바람직하다. 그동안 기업사회공헌이 담당부서만의 제한된 업무로 진행되면서 한계와 문제점들을 노출했다. 그런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CSR팀을 회사의 일개부서로 만들어 기능과 역할, 권한을 축소하는 잘못을 범하지말아야한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위원회 같은 구조로 CSR을 정착시켜야한다.

CSV는 좀더 지켜 본 후에야 전망이 가능하다. 아직은 개념도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고, 기존의 CSR이나 기업 사회공헌활동과 관계도 불분명하다. 섣부른 전망은 또 다른 혼란만 초래한다.

코스리 : SPC그룹 사회공헌팀과 행복한 재단의 2015년은?
유 국장 : 기존 사업들의 개선과 변화가 중점 추진사항이다. 매년 유행을 따라 새로운 아이템을 갖고 사회공헌을 하는 일회성 이벤트 중심의 시대는 지났다. 기업 사회공헌활동이 사회적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을 찾아 중장기적 사업을 펼치는게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기존 사업과 연계, 보완하고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한다. 2015년 SPC그룹과 행복한재단의 사회공헌사업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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